노조 탄압 의혹으로 노동계에서 악명이 높은 제조업체 A사가 고용노동부에 줄을 대기 위해 무려 30여년전 노동부 장관을 지낸 인사의 손자까지 회사에 취업시켰다는 의혹을 정부기구가 제기했다. 하지만, 장관 손자 채용과 정부와 유착의 구체적 증거까지는 제시하지 못해 무리한 의혹 제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부장관 자문 기구로 노동 분야 적폐청산을 위해 설치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이하 개혁위)는 이런 내용을 담은 최종 조사결과를 1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구성된 개혁위는 지난달 31일을 마지막으로 9개월 간의 활동을 마쳤다.
개혁위에 따르면 A사 노사협력과의 2010년 5월 ‘주간업무 계획’ 문서에는 ‘관공서 협조-경찰서, 노동부’ ‘관공서 지속적 공조체계 구축 – 경찰서, 노동부, 시청, 지노위, 경총’이라고 라고 쓰여 있다. 또 고용부가 압수수색을 확보한 A사 기조실장 이모씨의 업무 수첩(2012년 8월10일자)에는 ‘정OO 노동장관 손자(정OO)’라고 적혀 있고, 그 밑에 손자 정씨의 집 주소와 졸업일, 대학과 소속 학과, 그리고 정씨의 집과 휴대전화 번호로 추정되는 번호 두 개가 함께 기재돼 있다. 이후 정씨는 졸업 열흘 뒤 A사에 입사했으며 지금도 근무하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2년 5월부터 1985년 2월까지 약 2년9개월간 장관으로 재임했다. 정 전 장관은 1994년 별세했다.
개혁위는 “구체적으로 국가기관이 어떻게 이 사건 직장폐쇄 등에 관여하였는지는 조사권의 한계로 밝혀내지 못했다”면서도 “A사는 노조 파업 전부터 관공서와 협조 체계를 구축해 노조 파괴를 준비하였음을 추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사망한 지 20년 가까이 된 전직 장관의 손자를 채용하는 것이 대(對) 정부 로비 수단으로 과연 유효한 지 의문을 품는 시각도 있다. 손자 채용이 정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증거 없이 섣부른 결론을 내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A사는 2012년 노동조합 조합원 75명을 해고하고 친기업 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총 소속 노조의 활동을 방해했다는 등의 각종 노동파괴 의혹을 받고 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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