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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계속 느는데… 피해자 국선변호사 ‘푸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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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계속 느는데… 피해자 국선변호사 ‘푸대접’

입력
2018.08.02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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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비전담 보수 절반 깎아

전화상담은 수당 안줘 ‘공짜 노동’

변호사들 “임금 50만원도 안 돼

미투 등 사회분위기 오히려 역행”

배우 이보영이 국선전담변호사로 분한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배우 이보영이 국선전담변호사로 분한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해자 국선변호를 맡고 있는 변호사 A(35)씨는 얼마 전까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걸려오는 한 성폭력 피해자의 전화에 시달렸다. 법률 지원과는 별개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의지하는 식이다. A씨는 “이전에는 보수산정 기준에 전화상담이 있기라도 했지만, 이마저도 없어져 피해자 호소를 듣는 것은 순전히 ‘봉사’라는 심정”이라고 털어놓았다.

경찰이 최근 펴낸 ‘2017 범죄통계’에 따르면, 감소 중인 전체 범죄와 달리 성범죄만은 꾸준히 증가추세다. 범죄 발생이 실제 늘었다기보다 ‘미투(#Me Too)’ 등 사회인식 변화에 기대 적극적으로 피해 신고를 하고 있어서다. 그만큼 관련 소송이나 변호사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성범죄가 통상 피해ㆍ가해자 간 권력관계 불균형이 맞물리는 상황이라, 상대적 약자인 피해자가 가해자만큼 거액을 주고 변호사를 선임하는 게 쉽지 않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법률 조력인)는 그런 피해자에게 수사 초기부터 사건 종결까지 법률 지원을 해주는 든든한 존재다. 2012년 ‘아동ㆍ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통해 도입됐으며 검사 직권에 따라 선정되거나 피해자 신청으로 지정돼 상담과 자문, 고소장 작성 등의 각종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도움이 필요한 성폭력 피해자는 2014년 1만3,000명에서 지난해 2만명 정도로 증가했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성폭력 피해자의 지원군인 이들 변호사의 사정은 정작 더욱 악화되는 실정이다. 5월부터는 다른 소송과 국선변호를 겸하는 비(非)전담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보수를 깎았다. 수사 및 공판 절차 참여 수당은 최대 4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서면 제출 수당은 최대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줄었다. 게다가 보수산정 기준에서 ‘전화상담’이 빠지면서 피해자와의 통화는 ‘공짜노동’이 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선변호사 수요는 늘어나는데 수당 지급 예산은 한정돼 있는 탓”이라고 설명했다.

돈보다는 공익에 방점을 찍는 일이지만 임금 삭감이 달가울 리 없다. 이미 피해자 대리보다 피의자ㆍ피고인 대리수임료가 10~15배 가량 높은 현실에서, 일부는 의욕마저 꺾는 처사라고 했다. 5년째 비전담 국선변호사로 활동 중인 이모(37)씨는 “수사와 공판 등 절차를 다 참여해도 임금이 50만원도 안 된다”며 “투자 시간에 비해 턱없이 보수가 낮고, 일반 사건보다 정신적ㆍ육체적 피로는 월등한 성범죄 사건 피해자 국선변호를 계속해야 하나 싶다”고 허탈해했다.

성범죄 피해자 전담 국선변호사로 활동하며 600건의 피해자 변호를 맡은 김종웅 변호사는 “변호사 대우를 충분히 해주지 않는 것은 결국 피해자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면서 “법무부가 미투 등 성범죄 폭로와 적극 대응에 나서는 사회 분위기에 오히려 역행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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