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2 부동산대책이 시행 1년을 맞았다. 하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대책의 핵심 타깃이었던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은 1년 간 10.47%나 급등했다. 가격 앙등은 서울과 수도권으로 확산돼 서울은 대책 이전 1년 간 상승폭(4.74%)을 크게 웃돈 6.60%가 올랐다. 반면 대책 전 1년 간 0.01% 올랐던 지방 아파트 가격은 거꾸로 1.70% 하락했다. 대책이 무색하게 서울 집값은 더 뛰고, 지방은 추락해 ‘집값 양극화’만 초래한 것이다.
8ㆍ2 부동산대책은 실수요가 아닌 투기가 집값 급등의 원인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전 정부의 ‘빚 내서 집 사라’ 정책이 투기를 자극한 측면도 컸다. 부유층의 강남 부동산 투기와 광범위하게 확산된 ‘갭투자’ 등을 억제하는 수요대책에 포화가 집중됐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다주택 양도세 중과,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 주택대출 규제 강화 등이 나열됐다. 하지만 애초 장기 전략 없는 단기 수요 억제책만으로는 실질적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초기엔 잠시 투기가 가라앉는 듯했다. 거래절벽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초미의 관심사였던 보유세안이 ‘물폭탄’으로 불릴 정도의 수준에 그치자 다주택 부담을 피해 ‘똘똘한 한 채’ 수요 등이 강남에 몰리면서 가격상승에 다시 불이 붙었다. 거기에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엇갈린 정책도 집값 재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 통개발’ 방침을 발표하자 단숨에 여의도와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이 일시에 들썩였다.
아직 실패라고 할 순 없다. 종합부동산세 등 대책의 순차적 시행과 관련한 시차, 불경기, 금리 상승 압력, 막대한 입주 물량 등을 감안할 때 하반기부터 대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하지만 수요 억제만으로는 뛰는 부동산을 잡기 어렵다는 점만은 분명해진 셈이다. 무엇보다 시장 왜곡을 바로잡을 장기 전략이 보완돼야 한다. 아파트수만 늘리는 걸 공급책이라고 할 수 없다. 강남ㆍ북 균형개발 취지에 맞게 비강남ㆍ지방의 주거ㆍ생활 인프라 고급화 청사진이 공급 대책에 수렴돼야 한다. 단기적으론 공시지가 조정 등 좀 더 확고한 정책의지의 확인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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