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후 3시반 39.6도 절정
북춘천ㆍ의성ㆍ양평 40도 넘어
“고온건조한 동풍이 폭염 증폭”
“토목공사 등 낮시간 작업 중지”
이낙연 총리, 관계부처에 지시
“기상학계에 길이 남을 역사적 폭염이다.”
1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종로구 송월동 서울 대표 기상관측소에서 수은주가 38.5도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록(38.4도)을 갈아치우자 관측 데이터를 확인하던 기상청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오후 2시 기상청 2층 국가기상센터에 20여명의 예보 담당자들이 모인 예보중점토의 자리에서는 "지금까지 서울의 최고 한계 온도는 37도로 예상됐지만 (기상 환경이 바뀌고) 최근 동풍까지 유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이제 더 높은 수준의 폭염에 대비할 예보가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 참석자는 “매일 진행되는 중점토의지만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 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 분위기가 더 엄중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예고된 ‘역대급 폭염’의 날이었지만 전국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치솟으면서 기상청에는 새벽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오전 6시 27.8도에서 오르기 시작한 서울의 기온은 단 3시간만인 오전 9시 32.4도를 기록했다. 종전 서울 최고기온 기록을 갖고 있는 1994년 7월24일에 오전 6시 28.2도로 시작해 오전 9시 31.3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이날은 더 빠른 속도로 기온이 올라가며 오전부터 역대 1위 기록을 갈아치울 조짐이 뚜렷했다.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폭염이 1일 절정에 달하며 전국 곳곳에서 새로운 기록이 속출했다. 강원 홍천은 이날 오후 4시 수은주가 41.0도를 찍으며 1942년 8월1일 대구가 40.0도로 만들었던 한반도 역대 최고기온 기록을 76년만에 다시 썼고, 서울은 오후 3시36분 39.6도를 기록하며 기존 기록을 무려 1.2도나 넘어섰다. 이날 전국 95개 기상관서 중 3분의 1이 넘는 35곳이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홍천 외에도 강원 북춘천(40.6도), 경북 의성(40.4도), 경기 양평(40.1도) 등 4개 지역이 역대 전국 기록을 넘어섰고, 경기 수원 39.3도(종전 기록 37.5도), 강원 춘천 39.3도(37.2도), 대전 38.8도(37.7도) 등 역시 해당 지역 기존 최고기온을 크게 뛰어넘었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보통은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남쪽에 위치하면서 남풍 내지 서풍을 유입시키는데 지금은 한반도 북쪽에서 동풍을 유입시키고 있다”며 “태백산맥을 넘어온 고온 건조한 바람이 폭염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뜨거운 낮 시간대에는 공공 부문 건설 공사 작업을 중지시키라고 1일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총리실은 “이 총리가 정부ㆍ지자체ㆍ공공기관 발주 건축ㆍ토목 공사는 폭염이 심한 낮 시간대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덜 더운 시간대에 일하거나 작업을 며칠 연기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이 총리는 또 농어민 등에게도 폭염이 계속되는 며칠 동안 낮 시간대 작업을 하지 말도록 적극 안내할 것을 지시했다.
기상청은 2일에도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고온 건조한 동풍의 영향권에 들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하는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3일에는 동풍의 영향이 다소 주춤하면서 기온이 소폭 떨어지기는 하겠으나 이미 누적된 열기 탓에 서울 38도 등 폭염은 지속될 전망이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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