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국과 양자회담 조율 중
리용호, 종전선언 언급 가능성
강경화∙폼페이오와 만날 수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연쇄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주요국 외교수장들이 싱가포르로 모여드는 가운데, 북한이 이번 다자외교무대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측 대표인 리용호 외무상은 3일 아침 도착해 이튿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ARF 회의의 경우 북측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실험을 단행한 직후여서 한ㆍ미ㆍ일뿐 아니라 아세안 회원국도 양자회담을 아예 거부했다. 하지만 올해는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구축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북한이 상당히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외교전을 펼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측으로서는 비핵화 관련 입장이나 6ㆍ25전쟁 종전선언 등 주요 사안을 적극 피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북측 대표단은 리 외무상이 3일 도착한 후부터 외교전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ARF 회의 사전 준비 격인 고위관리회의(SOM)에 참석하는 김창민 북한 국제기구국장을 포함한 선발대는 1일 오전 싱가포르에 입국했으나 취재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북측 대표단은 우선 아세안 회원국 등 약 5개국 간 양자회담을 물밑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례에 비춰봤을 때 리 외무상은 언론 발언을 삼가는 편이지만, 대내매체를 통해 연일 종전선언 채택을 촉구하는 최근 북한 행보에 비춰볼 때 어떤 식으로든 종전선언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ARF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의장성명에는 줄곧 대북 우려 내지는 규탄, 한반도 비핵화 메시지가 담겨왔다. 따라서 ‘완전한 비핵화’ 수준의 내용이 들어간 성명에는 크게 반발하지 않겠으나 미국 측에서 신고ㆍ검증 조치를 별도 언급한다면 북한의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미 국무부 고위 관료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ARF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한다는 우리의 목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강조하기 좋은 기회”라고 압박했다.
남북 또는 남북미 외교장관회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강 장관은 1일 “남북 회담에 관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한 공간에 있는데 만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미 국무부 측도 “ARF는 북한이 참가하는 다자회의인 만큼 회의장에서 교류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싱가포르=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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