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적시된 문건만 9개
“광고비에 설문조사 비용 포함”
가중치 조작 정황도 드러나
상고법원 법제화에 사활을 걸었던 양승태 대법원이,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극진히 챙긴 것이 바로 언론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보수 언론의 영향력과 성향을 분석하며 언론사별 맞춤형 대응 방안을 마련했고, 여론을 돈으로 사려는 행태까지 보였다.
양승태 대법원이 언론에 공을 들였다는 것은 31일 추가 공개된 문건 196건 중 제목에 ‘조선일보’가 적시된 문건이 9개에 이른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2015년 4월 작성된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 전략’ 문건이 양승태 대법원의 홍보방식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 문건에는 설문조사ㆍ좌담회ㆍ칼럼 등을 이용하자는 구체적 제안이 담겼다. 특히 설문조사 결과를 정해놓고 문항을 교묘하게 설계하고 기간을 조정하는 식으로 여론조작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한국일보 7월 20일자 1면 참조)
예를 들어 자신들이 의도한 결과(상고법원 찬성)를 끌어내기 위해 상고법원 반대 변호사가 많은 부산의 가중치를 낮추는 등 지역별 비중을 차별화하는 수법도 동원하려 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조선일보에 상고법원 관련 광고를 게재하면서 광고비에 설문조사 실시 비용을 포함해 지급하는 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행정처가 2015년 3월 작성한 ‘조선일보 첩보보고’라는 제목의 문건에서는 "한명숙 사건 등 주요 사건에 관해 선고 예정 기일 등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언론의 상당한 호감 확보 가능”이라고 적었다.
방송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요 방송사에 상고법원에 우호적인 기사를 부탁하기 위해 방송사 간부를 접촉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2015년 6월 작성된 문건에는 지상파 보도본부장과 접촉해 ‘긍정 답변’을 받았고, 종합편성채널 사회부장에게는 ‘메르스 진정 후 우호적 보도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그러나 이처럼 언론사를 극진히 챙겼던 양승태 대법원은 정작 일반 국민들을 ‘이기적이다’고 평가하며 비뚤어진 시각을 드러냈다. 2014년 8월 청와대 법무비서관과의 만남 이후 작성된 문건을 보면 “일반 국민들은 자기 사건은 대법원에서 재판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들”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전체적인 사법시스템 낭비(소송 남용)를 감안하지 않고 재판을 세 번 다 받아야 한다는 국민이 많아, 대법원이 과다한 사건에 시달린다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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