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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본격 개입으로 종전선언 논의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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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본격 개입으로 종전선언 논의 ‘새 국면’

입력
2018.07.3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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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상 초기 北美 ‘기싸움’으로 

 비핵화ㆍ평화체제 거래 교착 

 韓美 구상 ‘3자 구도’도 난망 

 ‘연내 성사’ 靑목표도 먹구름 

 北비핵화 유도엔 中참여 호재 

 對美 이익 관철 집착 땐 악재 

 “배제 힘들면 활용案 찾아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연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31일 인천공항을 통해 싱가포르로 출국하던 도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연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31일 인천공항을 통해 싱가포르로 출국하던 도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남ㆍ북ㆍ미 3자 사이에서 이뤄져 오던 한반도 ‘종전(終戰)선언’ 논의에 중국이 본격 개입하고 나서면서 초반 신경전으로 답보 중인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에 변화가 생길 조짐이다.

현재 청와대는 어떻게든 연내에 종전선언을 성사시키겠다는 각오다. 협상 초반에 북한을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의 길로 끌어들일 확실하지만 손쉬운 인센티브라고 판단해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1일 기자들에게 “(중국이 포함된) 4자 종전선언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형식보다는 이행되느냐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되기만 한다면 3자든 4자든 상관없다는 뜻이다.

일단 좋은 형편은 아니다. 6ㆍ25전쟁 당시 숨진 미군 유해를 정전(停戰)협정 체결일(27일)에 맞춰 사실상 무상으로 돌려주면서까지 북한이 종전선언을 재촉하고 있지만 검증에 필요한 ‘핵 리스트’ 신고 없이 종전선언이라는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액면상의 미국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미 간 종전선언 대립은 디테일(세부) 협상 시작 단계의 주도권 쟁탈전 성격이 강하다”고 했다.

이 와중에 불거진 게 중국이라는 변수다. 종전선언 이후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과정을 염두에 두고 협정 당사자인 중국이 해당 논의에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당초 한미 구상은 남ㆍ북ㆍ미 3자가 주체가 되는 종전선언이었다. 실현되진 못했지만, 실제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합류해 3자가 종전을 선언하는 방안이 한미 사이에서 적극 검토되기도 했다.

미국의 초기 대북 안전보장 조치에 해당하는 종전선언 단계에서부터 멈춰버린 협상 교착 상태가 중국에게는 기회가 됐을 법하다. 최근 고위급 외교 당국자를 남북한에 잇달아 파견한 건 뚜렷한 개입 착수 정황이다.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양측을 오갔다. 이달 중순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25명 중 한 명인 양제츠(楊洁篪)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과 함께 방한한 데 이어 25~27일에는 평양을 찾았다.

미중이 접촉했을 개연성도 충분하다. 최근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이 방중해 쿵 부부장을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 소식통은 “종전선언 등 한반도 문제가 의제인 북미, 북중, 한중 간 회동들이 최근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종전선언 참여는 한미에 양날의 칼이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 이행에 나서게 하는 데 중국의 막대한 대북 영향력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반면 미국과의 동아시아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자국 이익 관철을 위해 중국이 주한미군이나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철수를 요구할 경우 북미 협상이 어수선해지면서 난항할 게 뻔하다.

그러나 개입 의지가 확고한 중국을 배제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활용 방안을 찾는 게 현명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종전선언에 중국을 참여시켜 정치적 부담과 북한 비핵화 책임을 분산하는 식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종전선언 파장에 대한 우려와 대북 회의론 팽배 현상 같은 자국 내 난국 타개를 도모해보는 것도 해볼 만한 시도”라고 했다.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핵 신고와 검증을 조기 수용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중국 참여를 수용하는 중재 방안을 우리 정부가 제안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장 아세안(ASEAN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연쇄 회의를 계기로 남ㆍ북ㆍ미ㆍ중 4자 외교장관들이 집결하는 8월 초 싱가포르가 향후 종전선언 향배를 가늠하게 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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