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가로 공개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문건들에 당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국회의원이나 청와대 등에 다각적인 로비나 거래를 한 정황 등이 대거 드러나 검찰 수사에도 상당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에 추가 공개된 문건들은 대법원 측이 재판거래 등과 무관하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린 바 있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 여론과 함께 법원 내외부의 강도 높은 수사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행정처가 31일 196개 문건을 추가 공개한 후 검찰 및 법원 등 법조계 안팎에선 ‘양승태 대법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건에는 민원이나 지역구 현안을 들어줌으로써 특정 정치인이 상고법원 입법화에 협조하게 하거나,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전략’ 등 언론에도 영향을 미치려 한 정황들이 무수히 담겨 있다. 2015년 5월 작성된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대국회전략’ 문건에서 설득 거점으로 지목된 한 여당 의원은 이날 “당시 대법원이 이 정도로 후안무치하게 움직였는지 생각도 못했다”며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당시 대법원이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각자 맡은 재판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일선 판사들로선 힘 빠지는 상황”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쏟아지는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김명수 대법원은 한결 같이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문모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스폰서로 지목된 건설업자 정모씨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신청한 재판기록 열람ㆍ등사를 거부했다. 검찰은 2016년 문 전 판사가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5,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정씨 재판 관련 내용을 유출했고, 이 같은 정황을 확인한 법원행정처가 징계 없이 사건을 마무리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정씨는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핵심 인사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양승태 대법원이 이 사건을 청와대 거래용으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측은 “상고심에 의견서 제출 등을 위해 사건 기록을 살피려는 것인데 아무런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기록 열람조차 거부했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앞서 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의 자택 및 사무실,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ㆍ인사심의관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등을 대부분 기각했다. 또, 대법원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발견된 문건의 임의제출을 거부 하는 등 검찰 수사 장벽을 높이 쌓고 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양승태 코트의 범죄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현 대법원이 검찰 수사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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