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전병헌 통해 전해철 설득” “판사 출신 서기호 고립” 노골적 전략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전병헌 통해 전해철 설득” “판사 출신 서기호 고립” 노골적 전략

입력
2018.08.01 04:40
3면
0 0

 법안 심사권 쥔 법사위 의원 상대 

 “노후화된 대구법원 이전 제시” 

 지역구 현안 챙기며 우군화 노려 

 “전병헌이 법원에 먼저 연락해 와” 

 민원 해결 바탕으로 포섭 정황도 

 ‘서기호 소송’ 변론 종결 등 압박 

 반대파 의원 재판 개입까지 기획 

법원행정처가 31일 공개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및 판사 사찰 의혹' 관련 문건. 문건 중에는 '상고법원 공동 발의 가능 국회의원 명단 및 설득전략'과 같은 상고법원 추진 관련 문건과 '대통령 하야 가능성 검토', '대한변협 압박 방안 관련',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동향보고', '민판연 관련 대응방안 검토' 등이 포함돼 있다. 김주성 기자
법원행정처가 31일 공개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및 판사 사찰 의혹' 관련 문건. 문건 중에는 '상고법원 공동 발의 가능 국회의원 명단 및 설득전략'과 같은 상고법원 추진 관련 문건과 '대통령 하야 가능성 검토', '대한변협 압박 방안 관련',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동향보고', '민판연 관련 대응방안 검토' 등이 포함돼 있다. 김주성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사법 수장의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입법화를 위해 여야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현안과 민원, 법조 인맥까지 두루 파악하면서 적나라한 로비를 기획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법관들 사이에 사법 수뇌부의 대국회 로비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는데, 문건에 드러난 실상은 훨씬 심각했다.

법원행정처(처장 안철상 대법관)가 31일 추가로 공개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196개 문건 가운데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대국회 전략’이란 제목의 대외비 문건(2015년 5월 기획조정실 작성)을 보면, 당시 법원행정처가 법안 심사권을 가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을 상대로 한 세세한 대응 전략이 담겼다. 법원행정처는 문건에서 상고법원 반대 목소리를 무마하고 우호 분위기를 확산시켜 줄 영향력 있는 여야 의원을 ‘거점의원’으로 삼았다.

법원행정처는 의원이 신경 쓰는 지역구 현안을 챙겨 자체 분석하며 ‘우군화’ 전략을 폈다. 이병석 당시 새누리당 의원의 공략 포인트로 ‘노후화된 대구법원 청사 이전 적극 추진’과 함께 그의 지역구인 포항을 들면서 ‘지역 발전을 위한 아이템 적극 발굴 및 제시’라 썼다. 이 의원 지역구 현안 챙기기는 그 해 3월 ‘상고법원안 법사위 통과 전략’에도 등장했다.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 현안도 들면서 ‘대구 동구을인데 K2군사공항이전, 공기업 유치 등 혁신도시 발전사업이 지난 총선 공약’이라며 ‘대구법원 청사 이전에도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라 적었다. ‘유 의원이 판사 집안 출신이라 법조 인맥을 통해 상고법원의 ‘확고한 지지자로 포섭’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상고법원에 반대하던 김진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 현안(강원디자인센터 춘천 유치)도 검토하면서 인척 관계인 민일영 대법관과 정모 고등부장까지 동원해 접촉하는 방안을 짰다.

[저작권 한국일보]양승태 대법원의 전방위 로비_신동준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양승태 대법원의 전방위 로비_신동준 기자

민원 해결을 바탕으로 의원을 포섭하는 대목도 나왔다. 전병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두고는 ‘최근 개인 민원으로 법원에 먼저 연락. 민원이 해결되면 이를 매개로 접촉ㆍ설득 추진’이라고 썼다. 전 의원을 두고는 ‘문재인 (당시) 당 대표와 가깝고 전해철 의원과도 친분이 두텁다는 소문’이라 적고서 ‘법안심사1소위 심사 등에서 야당 키를 쥔 전해철 의원 설득거점으로 활용’한다는 방안을 담았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야당 간사이던 전해철 의원이 ‘친노’(무현) 인사인 한명숙 전 총리 뇌물사건 관련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직접 접촉에는 ‘냉각기가 필요하다’고 보면서 우회적 접근을 고심했는데 전병헌 의원을 연결고리로 삼은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사사건건 사법 수뇌부의 행정에 반대 의견을 표명해온 의원을 상대로 ‘재판 개입’까지 기획하는 등 노골적인 압박 전략도 짰다. ‘거부권 행사 정국의 입법 환경 전망 및 대응방안 검토’ 대외비 문건(2015년 6월 작성)에는 판사 출신인 서기호 당시 정의당 의원을 상대로 ‘동조세력 확산을 방지해 고립’ 전략과 함께 서 의원이 판사 재직 시절 연임에 탈락한 데 대해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낸 결정 취소소송에서 ‘변론 종결 등을 통해 심리적 압박을 주는 방안 검토’라는 대책도 실었다. 유화 전략으로 ‘대법원 구성 다양화에 대한 공감 표시’ 등을 들기도 했다.

아울러 상고법원 반대 의원들을 접촉하기 위한 대국회 접촉루트로 판사 출신인 홍일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적시하기도 했다. 관련 문건에는 ‘당시 여당 의원 중 검찰 출신인 김진태ㆍ김도읍ㆍ이한성 의원 등에 대한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접촉 창구로 홍 의원을 빠짐없이 적었다. 홍 의원은 19대 국회 당시 상고법원 설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홍 의원 관련 민사소송 자료를 적극 검토한 정황을 확인하고, 관련 사건 재판에 관여했는지 살피고 있다.

양승태 체제 법원행정처는 2016년 7월 20대 국회의원과 가까운 법조인, 평판 등을 정리한 60쪽짜리 대외비 분석자료도 만들었으나 현 법원행정처는 개인정보가 다수 포함돼 관련 법령 저촉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