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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 멈춰라… SK 유통업 확장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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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 멈춰라… SK 유통업 확장 공세

입력
2018.07.31 17:32
수정
2018.07.31 21:2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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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렌털·전자상거래 전방위

SK스토아, 올레tv 4번 채널 확보

SK매직 정수기 점유율 2위 부상

‘11번가’ 독립법인 출범 마무리

배우 현빈(왼쪽)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지난 3월 14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씨어터홀에서 열린 SK매직 신제품 발표회장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현빈(왼쪽)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지난 3월 14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씨어터홀에서 열린 SK매직 신제품 발표회장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통신과 정유사업이 주력인 SK그룹이 최근 유통업계로 빠르게 보폭을 넓히고 있다. SK가 진출한 이커머스, TV홈쇼핑, 생활가전 렌털 사업 등에서 확실하게 자리잡을 경우 롯데, 신세계에 이어 ‘제3의 유통 공룡’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전망에 기존 유통업체들은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SK는 유통업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분류되는 시장에 전략적으로 진출한 뒤, 대규모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며 기존 유통사들과 경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이커머스다. SK는 수년째 적자를 보던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를 한 때 매각하려고도 했으나, 최근 5,000억원의 외부 투자금을 유치한 뒤 회사 키우기로 작전을 변경했다. SK는 11번가를 한국의 아마존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독립 법인체제 출범에 인공지능(AI) 전문가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는 등 후속 조치를 잇따라 밟고 있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통신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SK가 이커머스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일 경우 롯데나 신세계 등 기존 유통업체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SK의 행보에 자극 받은 유통업체들도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시장에 3조원 투자 계획을 밝힌 롯데는 온라인 시장 1등을 목표로 ‘e커머스 사업본부’를 8월 1일 공식 출범시킨다. 신세계도 1조원을 투자해 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뉘어 있는 온라인 사업부를 통합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꾸준히 성장하는 홈쇼핑 분야도 SK가 공을 들이는 사업 중 하나다. SK는 지난해 말 SK브로드밴드에서 T커머스(데이터 홈쇼핑) 사업을 분할해 ‘SK스토아’를 별도 법인으로 출범시켰다. T커머스는 실시간 방송이 안 된다는 것 말고는 기존 TV홈쇼핑과 큰 차이가 없어 홈쇼핑 업체들의 잠재적 경쟁자로 분류된다. 특히 최근에는 300억원 이상의 송출 수수료를 부담하고 인터넷TV인 ‘올레tv’ 4번 채널을 확보해 기존 홈쇼핑 업체들을 긴장시켰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TV 사업자인 KT와 SK가 홈쇼핑 시장에 직접 진출한 것에 위협을 느낀다”며 “홈쇼핑 업체들도 대응차원에서 T커머스 채널을 서둘러 개국했지만 늘어나는 송출 수수료 때문에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김민호기자 게티이미지뱅크/2018-07-31
[저작권 한국일보] 김민호기자 게티이미지뱅크/2018-07-31

SK가 2016년 인수한 SK매직(옛 동양매직)은 유통업계의 신성장 사업으로 분류되는 생활가전 렌털 분야에서 이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SK매직은 올해 상반기 정수기 시장 점유율 18%를 넘어서며 2위로 부상, 1위인 코웨이(40%)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매직의 올해 신제품 발표장에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깜작 등장해 “렌털 시장 1위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지난해 각각 140억원과 120억원이었던 SK매직의 연구개발비와 광고비는 올해 두 배 이상 늘어난 300억원과 250억원으로 책정됐다.

자금력과 조직력을 갖춘 SK가 이처럼 유통사업 전방에 보폭을 넓히자 유통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SK의 사업 성패에 따라 유통업계 판도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SK는 유통관련 사업은 그룹 주력 사업이 아니라며 이런 시각을 부정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계열사 별로 신사업을 발굴하다 보니 다양한 유통 사업분야에 한꺼번에 진출한 것으로 보일 뿐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유통 사업 진출을 계획하거나 추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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