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륙에 인접해 있는 대만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 측으로부터 수돗물을 공급받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 갈등이 이젠 수돗물 공급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30일 대만 연합보에 따르면 진먼(金門)현정부는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로부터 수돗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진샤(金廈)송수관을 4년만에 완공하고 예정대로 내달 5일 개통식을 열 계획이다. 하지만 대만 중앙정부가 개통식 연기를 요청하면서 마찰이 심화하고 있다. 참고소식망과 중신망 등 중국 매체들도 이날 관련 뉴스를 쏟아냈다.
대만 중앙정부가 진샤송수관의 개통식 연기를 요구한 건 최근 동아시안 유스게임 개최권을 박탈당한 것과 관련이 있다. 타이중(台中)시가 동아시안 유스게임을 유치해 경기장 건설 등에 이미 7억대만달러(약 257억원)나 쏟아 부은 상황에서 중국의 압력으로 개최권을 잃게 되자 진먼현정부와 중국 측과의 교류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대만 대륙위원회는 지난 25일 진먼현정부에 “중국과의 수자원 협력은 지지하지만 최근의 국민적 분노를 고려해 송수관 개통식을 연기하기 바란다”는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진먼현은 당장 수돗물 공급이 급한 상황이다. 2000년대 들어 진먼섬 내 과도한 지하수 사용으로 바닷물이 유입되는 문제가 생겼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중국에서 물을 공급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루 용수 사용량 5만7,000톤 가운데 상수도 수원을 통해 2만3,000톤을 공급받고 나머지는 지하수를 사용해온 진먼현은 진샤송수관을 통해 톤당 2위안(약 327원)에 하루 1만5,000톤의 물을 공급받을 예정이었다.
중국 푸젠성과 불과 1.8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대만의 최전방 도서 진먼섬은 1978년까지 20여년 간 포격전이 계속됐을 정도로 양안 간 군사대치를 상징하는 곳이다. 1990년대 양안 해빙이 시작되면서 2001년 진먼현과 푸젠성 간 통항ㆍ교역ㆍ우편거래가 실현됐고, 2009년에는 양측 수영선수들이 샤먼에서 진먼까지 6㎞ 바다를 건너는 평화수영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만 내에선 진샤송수관 개통을 지지하는 주장이 적지 않다. 황궈창(黃國昌) 시대역량 입법위원(국회의원)은 “중국의 무리한 압박에는 강력하게 대처하되 민생 관련 사안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쩡밍쭝(曾銘宗) 국민당 서기장도 “압력을 받았다고 반대나 항의만 하게 되면 양안관계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돗물 공급은 초보적인 민생 문제인데다 진샤송수관 개통이 양안 갈등을 누그러뜨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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