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석상서 인권감수성 민낯 드러내
임 소장 “무지의 소치” 비판 성명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성 정체성에 대해서 혼란을 겪고 있는 자가 군 개혁을 주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맹비난했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공개석상에서 타인의 성 정체성을 거론하고 이를 업무 능력과 연관 짓는 ‘성소수자 차별’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군인권센터라는 시민단체가 연이어 군 내부기밀을 폭로하고 대통령은 이에 장단이라도 맞추듯 연이어 지시사항을 발표한다”면서 임 소장이 속한 군인권센터를 거론했다. 군인권센터는 전날 참여정부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노무현 대통령과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통화를 감청하고, 수백만명의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주장했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작심한 듯 “이 참에 군인권센터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면서 임 소장의 성 정체성을 문제 삼았다. 김 원내대표는 임 소장에 대해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하고 구속됐었던 전력이 있고, 성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는데 군 개혁을 주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김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군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를 군인권센터라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로만 대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며 “그 많은 군사비밀이 군인권센터로만 나갈 수밖에 없었는지 되묻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헌법에 따라 병역 의무를 다하는 국민의 입장과 목소리를 더 중요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양심적 병역 거부를 한 사람이 기무사와 군 개혁을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가”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될 만한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당일 긴급히 소집한 오찬 기자간담회에서도 계속됐다. 이 자리에서 김 원내대표는 전날 언론에 비친 임 소장의 외모를 언급하며 “남자가 화장을 하고 군대도 안 간 사람이 군 개혁을 얘기하면 되겠냐”고 비난했다. 취재진이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여성 대통령은 군을 개혁할 수 없는 것이냐’고 되묻자 “그런 말이 아니라, 군 개혁을 하려면 이왕이면 군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당 한 의원은 “본질은 그게 아니었는데 말하는 와중에 본질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임 소장도 대응에 나섰다. 임 소장은 국회에서 성명을 내고 “논리가 부족하니 하등의 상관이 없는 내용까지 끌고 와 물타기를 시도한 것”이라며 “동성애자와 성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사람을 동일시하는 무지의 소치”라고 비판했다. 임 소장은 군 개혁 문제를 한국당이 강조해온 북한 인권 문제에 빗대 “북한에 가야만 북한 인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렇다면 한국당에서는 방북한 사람만 북한 인권문제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외모 지적에 대해서는 “한국당 의원들은 앞으로 방송에 나갈 때도 분장하지 말고 생얼로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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