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가 더위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웃음으로 청량감을 선사하며 나홀로 시청률 상승을 기록했다.
31일 오후 방송된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374회 시청률이 5.0%(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지난 회 대비 0.3% 상승했다. 동시간대 프로그램들이 일제히 시청률 하락을 기록한 가운데 ‘안녕하세요’만 시청률 상승을 기록하여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어제 방송에서는 10년 동안 드라마 ‘태조 왕건’만 보는 아버지 때문에 고민인 딸이 출연해 고민을 함께 나눴다.
고민주인공은 아버지가 하루 3~4시간은 기본이고 심할 때는 24시간 ‘태조 왕건’을 시청하기도 하는가 하면 오랜만에 외식할 때도 왕건을 봐야 한다며 서둘러 집에 가자고 한다고 했다.
아버지의 드라마 시청습관도 주인공을 괴롭게 했다. 그녀는 ‘태조 왕건’을 한 번도 보지 않았음에도 드라마 속 궁예의 대사나 엔딩음이 저절로 외워질 만큼 아버지는 좋아하는 장면들을 여러 번 반복해서 돌려보신다고 했다.
이에 제작진은 주인공이 겪은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스튜디오 화면에 방송 당시 유행어까지 만들어 낸 궁예의 ‘관심법’ 장면을 반복해서 틀어주었다. 처음에는 출연진은 물론 방청객들도 드라마에 푹 빠져 재미있게 지켜봤고, 두 번째 틀어줄 때는 대사를 따라 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세 번째 반복되자 신동엽과 김태균을 포함 출연진들은 괴로운 표정을 지었고 “안돼”라고 소리치며 그만 보여달라고 했다.
문제는 그 것만이 아니었다. 볼륨을 크게 올려 시청하는 까닭에 주인공은 수면장애는 물론 최근에는 이명증상까지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등장한 아버지는 “나는 왕건 하나 보는 거잖아요”라며 큰 고민거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에 너무 긴 시간 시청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자 아버지는 환하게 웃으며 ‘태조 왕건’을 보다 보면 묘한 매력에 빠져든다고 했다.
아버지는 드라마 속 캐릭터의 성대모사를 하는가 하면 퀴즈로 낸 드라마 속 대사를 정확히 맞추며 ‘태조 왕건’의 열혈 팬임을 입증했다.
아버지의 지나친 왕건 사랑으로 가장 힘든 것은 어머니였다. 드라마로 인해 부부싸움이 발생하는가 하면 TV속 전쟁장면을 들으며 잘 때는 가위에 눌리기도 한다고 했다. 거기에 더해 아버지는 색소폰에도 빠져있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큰딸과 아내에 이어 등장한 막내딸까지 아버지의 ‘태조 왕건’ 사랑에 대해 고민을 토로하자 아버지도 심각성을 깨달아가는 듯 했다.
사연 말미 신동엽은 “가족들이 뒤쪽으로 밀려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것이 불만인 것 같다”고 했고 “식탁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해주실 수 있지 않나요”라 제안하자 아버지는 신동엽의 말에 동의하며 드라마 시청을 적절히 조절하겠다고 했다.
한편, 사연 내내 이어진 아버지의 여유로우면서도 반박하기 어려운 특유의 말투는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고, 출연진들은 틈만 나면 사극 말투로 대화하는가 하면 드라마 속 궁예의 “똥막대기야”란 대사 활용으로 즐거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말 못할 고민까지 함께 나누는 전국 고민자랑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는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 10분 방송된다.
강기향 기자 gihyang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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