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과정 무질서” 지적도
30일(현지시간)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의 축출된 이후 대선을 처음으로 치르는 짐바브웨에서 유권자들이 이른 새벽부터 투표소마다 긴 줄을 늘어서는 진풍경을 보였다. 짐바브웨 국내외에서 ‘새로운 짐바브웨’를 표방하는 두 후보와 선거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결과라고 언론들은 해석했다.
집권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의 에머슨 음난가그와 현 대통령과 야당 민주변혁운동(MDC)의 넬슨 차미사 대표가 양대 후보로 선거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유권자들은 현지시간 오전 7시 시작되는 투표에 앞서 무려 오전 2시부터 투표소에 줄을 서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을 주목한 BBC방송은 “주로 노년층 유권자들이 많았지만 몇몇 청년들도 눈에 띄었다”라고 전했다. 한 유권자는 “이 선거는 전과 다르게 폭력이 없었다. 좋은 신호다. 우리는 충분히 고통을 받았다”라고 이 매체에 말했다.
아프리카연합(AU), 미국, 유럽연합(EU) 등지에서 파견한 국제 선거참관인 가운데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엘런 존슨설리프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긴 줄이 증명하듯이 짐바브웨 시민들은 어떠한 압박 없이 투표에 열정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EU 참관단을 이끌고 있는 엘마 브록은 “선거는 일부 지역에서는 매우 원활하게 이뤄졌지만 일부 지역에선 무질서했다”라며 “몇몇 청년 유권자들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투표 과정에 지쳐 돌아서는 모습도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투표소 줄이 지나치게 긴 것은 선거에 대한 몇몇 지역의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EU는 아직 짐바브웨 선거 과정에 대해 평가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을 주관하는 입장이기도 한 음난가그와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 미국과 유럽 쪽 참관인을 대거 불러들였다. 미국과 유럽 참관인이 짐바브웨 대선에 참관하는 것은 16년만의 일로, 그간 고립됐던 짐바브웨의 외교 상황을 타개하고 붕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외자 유치의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였다.
민주적ㆍ평화적 정권 이양 혹은 정권 교체를 노리는 정초(定礎) 선거 격인 이번 선거에는 특히 ‘첫 투표자’가 많아, 짐바브웨 선관위는 높은 투표율을 기대하고 있다. 유권자의 43.5%가 35세 이하다. 이번 선거를 위해 등록한 유권자 수는 총 563만5,706명이다.
지난달 아프로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는 음난가그와 대통령이 40%, 차미사 대표가 37%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막판에 나타난 ‘무가베 변수’의 영향도 가늠하기 어렵다. 무가베 전 대통령은 선거 전날인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지지 기반이었던 음난가그와 대통령과 집권 여당을 지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비록 장기집권과 실정에 부인 그레이스를 차기 대권 주자로 밀어붙이려다 쫓겨난 무가베 전 대통령이지만 지지 세력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치열한 선거전 때문에 9월에 양자간 2차 대선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짐바브웨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식 투표 결과를 8월 4일께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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