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위임할 때
도입 여부에 따라 인센티브 부여
중소형사는 코드 운용여력 부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이하 코드) 도입을 계기로 국내 자산운용업계에도 코드 참여가 보편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산운용사가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해 돈을 맡긴 고객들의 이해를 대변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본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위탁 운용사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할 때 코드 도입 및 이행 여부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이 주주권 행사를 통해 투자자 수익률을 적극 높이려는 풍토가 확산될 것이란 관측과 함께, 코드 운용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에겐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30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이날까지 자산운용사 18개, 사모펀드(PEF)운용사 23개를 비롯한 57개 기관투자자들이 코드 참여를 결정했다. 여기에 창업투자회사 등 45개 기관투자자들이 연내 코드 참여 계획을 밝히고 있어 내년 초 개최될 주주총회에서는 최소 102개의 투자기관이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코드에 참여했거나 참여 예정인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 규모는 전체의 78.6%에 달한다.
시장에선 코드 확대가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경영 관여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주 제안을 하거나 기업에 서신을 보내는 등 투자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할 유인이 생긴다는 얘기다. 특히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자산운용사에 위탁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민연금이 독자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때보다 다양한 의견이 시장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송민지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국민연금 위탁 운용사들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면 투자기업에 대해 관여하는 주체와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체가 일치돼 코드의 원칙인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더 부합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코드 도입 결정이 자산운용사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33개 자산운용사에 기금을 위탁해 운용하고 있는데, 이 중 코드를 이미 도입한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을 제외한 중소형사는 인력 사정상 코드 도입이 여의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용사별로 의결권 행사 세부 지침을 만들어야 하는 데다가, 주주총회가 특정 기간(3월)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적은 인력으로 투자기업 주총에 일일이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자체 지침을 만들기 힘든 중소형 운용사들은 의안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의결권 자문기관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 경우 이들 의결권 자문기관의 ‘권력화’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현재 코드에 가입한 의결권 자문기관은 국내 기관인 기업지배구조원과 서스틴베스트, 글로벌 자문기관인 글래스루이스 등이 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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