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가족과 사회 접점서 생기는 갈등에 주목… 아베의 침묵? 영화가 정쟁거리 안되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가족과 사회 접점서 생기는 갈등에 주목… 아베의 침묵? 영화가 정쟁거리 안되길”

입력
2018.07.30 16:41
수정
2018.07.30 19:14
19면
0 0

日 영화 ‘어느 가족’ 고레에다 감독 국내 개봉 맞춰 방한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 촬영을 시작할 때는 ‘작게 낳아 긴 시간 정성을 들여 잘 키워 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큰 상을 받으면서 일본뿐 아니라 대만 홍콩 중국 등 국내외 많은 관객에게 선보이게 됐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행복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 ‘어느 가족’으로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최고상)을 수상한 일본의 영화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56)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29일 입국하자마자 무대인사와 관객과의 대화(GV)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한 그는 30일 서울 종로구 한 극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다시 한번 한국 관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15년간 독립영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런 대규모 개봉은 거의 경험하지 못했죠.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 온 것에 보답받는 것 같아 기쁩니다. 하지만 저의 태도와 마음가짐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한결같이 영화를 만들겠습니다.”

‘어느 가족’은 일본에서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한국에서도 26일 개봉해 29일까지 나흘 만에 3만8,582명을 동원하며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 ‘세 번째 살인’(2017)의 관객수(3만5,271명)를 뛰어넘었다. 여름 대작영화의 득세로 전국 스크린 110~120개밖에 배정받지 못한 악조건에서 거둔 성과다.

고레에다 감독은 ‘걸어도 걸어도’(2008)부터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태풍이 지나가고’(2016)까지 꾸준히 ‘가족의 의미’에 대해 질문했다. ‘어느 가족’은 그의 오랜 여정이 집대성된 작품이다. 할머니의 연금과 좀도둑질로 생활하는 가족이 길에 버려진 여자아이를 데려와 함께 살면서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미 사망한 부모의 연금으로 생활하다 발각된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가족은 어떠해야 한다거나 좋은 가족은 이러하다고 정의하고 싶지 않습니다. 혈연이 아닌 공동체를 구성해 살아가는 사람들도 가족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했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들이 그러했듯, 단순한 가족 영화는 아니다. ‘어느 가족’도 가난과 소외, 가정 폭력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예리하게 짚는다. 사회 안전망이 도리어 가족을 해체하는 역설과 아이러니도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고레에다 감독은 “가족과 사회가 만나는 접점에서 벌어지는 마찰에 주목했다”며 “사회 안에서 가족이 어떤 형태로 변하느냐에 따라 영화적 모티브가 떠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아베 정권의 안보법 등을 비판해 온 대표적인 반(反) 아베 성향 인사이기도 하다. 해외에서 활약한 스포츠스타나 예술인을 떠들썩하게 축하하곤 했던 아베 총리가 ‘어느 가족’의 칸영화제 수상에만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유를 두고 감독의 성향과 영화 소재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영화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문제”라며 “국회에 더 중요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영화가 정쟁거리가 되는 것이 편하지 않다”고 단호히 목소리를 냈다.

고레에다 감독은 조만간 프랑스로 향한다. 프랑스 배우 줄리엣 비노쉬와 카트린 드뇌브, 할리우드 배우 이선 호크와 새 영화를 찍는다. “문화와 언어의 벽을 뛰어넘어 영화를 만들 수 있느냐는 숙제가 새롭게 주어졌습니다. 이 도전이 잘 마무리돼 결실을 얻는다면, 그 경험을 발판 삼아 멀지 않은 미래에 한국에서도 작업하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다시 한국을 찾게 된다면 큰 행운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