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거기가 어딘데?’
다큐 형식ㆍ이색 소재로 포맷 변화
재담 없어도 대중과 소통 가능
15일 첫 전파를 탄 tvN 예능프로그램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는 출연자들이 화성 탐사 도전에 나서는 과정을 담고 있다. 우주를 소재로 한 적이 이색적인데 하지원의 출연도 눈길을 끈다. 드라마·영화 홍보를 위해 단발로 출연하던 예전과 달리 고정 출연자로 한 자리를 꿰차고 있어서다. 하지원 뿐 아니다. 배우 김강우는 tvN ‘현지에서 먹힐까’에, 지진희는 KBS2 ‘거기가 어딘데?’에 출연한다. 지난 2월 KBS2 드라마 ‘흑기사’를 마친 후 휴식을 취해왔던 배우 신세경의 차기작도 예능프로그램이다. 진지한 연기로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들이 예능판 재편에 나선 꼴이다.
하지원 지진희 등의 예능프로그램 진출은 프로그램 포맷 변화에서 비롯됐다. 관찰 예능프로그램이 유행하고, 다큐멘터리 형식을 도입한 예능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웃음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코믹한 이미지나 재담을 갖추지 않은 연예인도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 셈이다.
배우의 예능 경쟁력은 이미 여러 프로그램에서 검증됐다. tvN ‘윤식당’의 배우 박서준, 정유미, tvN ‘삼시세끼’ 배우 차승원, 유해진 등은 웃기려 애쓰지 않으면서도 시청자와 친밀감을 쌓으며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전했다. 한 지상파 방송사 예능국 PD는 “요즘 예능프로그램은 큰 웃음보다 대중과의 상호작용, 공감 요소에 집중한다”며 “출연자 선정에 있어서 웃음의 기술은 더 이상 필수 요소가 아니다”고 말했다.
소재의 세분화도 주요 요인 중 하나다. 화성 탐험과 대자연 탐험, 요리 등 특수한 소재들이 늘고 출연자의 취미를 바탕으로 한 포맷이 선보이면서 배우 활용도가 높았다. 배우가 평소 흥미를 가진 주제라면 프로그램 구성이 좀 더 수월해진다. ‘거기가 어딘데’ 제작진은 지진희가 평소 암벽 등반을 좋아하고 탐험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것을 알고 섭외했다. ‘거기가 어딘데’는 대자연 탐험을 소재로 하고 있다. ‘갈릴레오’의 하지원은 집 안에 대형 천체 망원경과 각종 우주 관련 소품들을 보관할 정도로 우주에 관심이 깊다.
그 밥에 그 나물 같은 출연자를 배제하고픈 방송사의 의도와 대중과 가까워지고 싶은 배우의 바람이 맞물린 면도 있다. 한 방송사 예능프로그램 PD는 “기존 예능프로그램 출연자들은 반복 노출로 이미지가 소진된 측면이 있다. 새로운 얼굴은 방송 초반 시청자의 눈길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배우의 신비주의 보다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을 선호하는 대중의 성향을 감안하면 배우들에게도 해 볼만한 도전이다. 한 연예기획사의 관계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제외하면 팬과 배우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딱히 없다”며 “예능프로그램이 팬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방편이 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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