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진단ㆍ대책 마련 토론회
“습기 감안한 기준을” 목소리도
올 여름 역대급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폭염 예보 기간을 늘리고 정확도를 높이는 등 기상청 예보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국내 폭염의 정의를 국제적인 수준에 맞춰 재정의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상청과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에서 공동주최한 ‘폭염 진단 및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올해 폭염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고 폭염 예보시스템을 개선해야 이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명인 폭염연구센터장(울산과학기술원 교수)은 폭염 중기 예보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폭염 자체에 대한 중기예보가 없다”며 “미국은 앞으로 7일까지 열지수에 대한 예보를 제공하고, 일본은 인체 영향을 고려한 고온ㆍ열사병 정보를 1주 단위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 최고기온 33도 이상 2일 이상 지속될 때 폭염주의보가, 35도 이상 2일 이상 지속될 때 폭염경보가 발령되는 데 앞으로 40도나 45도 등 ‘슈퍼폭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폭염을 단계별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특히 습도를 감안한 기준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국제사회에서는 고온이 상당히 넓은 범위의 지역에 걸쳐 2,3일 지속되며 습도가 높은 것을 ‘열파’라고 정의하고 있다”며 “실제 사람들이 더위를 체감할 때는 습도가 매우 중요하므로 습도를 고려하지 않는 폭염특보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폭염일수, 최장열대야 지속기간 등 각종 기록들도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8일까지 평균 폭염일수는 올해가 14.7일로 1994년 17.6일에 이어 2위, 열대야일수도 올해 6.5일로 1994년 7.9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특히 포항의 경우 29일까지 18일 연속 열대야가 나타나면서 최장열대야 기간이었던 2012년 15일을 이미 넘어섰다. 서울은 지난해까지 열대야가 8월에 집중되어 발생했는데 7월에만 이미 9일 연속 열대야가 나타나고 있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1일까지 서울 등 수도권 지역 최고기온이 38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계속되고, 9일까지 전국 곳곳이 35도 안팎에 달하는 무더위가 이어질 것”이라며 “최악의 폭염이 발생했던 1994년에 버금가는 더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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