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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 뺨치는 저축은행 '고금리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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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 뺨치는 저축은행 '고금리 장사'

입력
2018.07.31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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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신용대출 10조2000억

이 중 66%가 연 20%이상 금리

차주 상환능력ㆍ신용도 무관

신용 5등급 이하면 무조건 적용

2%대 예금으로 대출금리 멋대로

이자수익률 시중은행의 4배

저축은행들이 저리로 조달한 예금으로 고금리 대출을 하는 방식의 ‘이자 장사’로 거둔 수익률이 시중은행의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저축은행의 수익률은 시중은행보다 9배나 높았다. 심지어 차주가 신용 5등급 이하이면 상환 능력과 상관 없이 고금리를 적용하는 통에 저축은행 신용대출 차주 10명 중 8명이 연 20%대 이자를 물고 있었다. “대출 원가와 대손(대출금을 떼임) 위험이 높아 금리를 낮출 여력이 없다”는 눈가림 속에 저축은행들이 대부업체와 다를 바 없는 약탈적 영업을 일삼아 왔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3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금리 운용실태’를 발표했다. 자료엔 저축은행의 통상적 수익률 지표인 순이자마진뿐 아니라 대손 위험을 감안한 순이자마진 현황까지 공개됐다. 당국이 감독 목적으로만 비공개 활용하던 저축은행 수익 지표를 낱낱이 공개한 것은 그간의 숱한 조치에도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 관행이 바로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일종의 ‘충격 요법’을 쓴 것으로 해석된다. 높은 금리를 책정해야 하는 사정이 있다는 저축은행의 주장이 과연 사실인지 소비자들이 직접 판단할 수 있게끔 하겠다는 취지다.

자료를 보면 저축은행들이 고금리 대출로 ‘폭리’를 남긴 사실이 명확히 드러난다. 5월 말 현재 저축은행 총 대출 54조7,000억원 가운데 40.6%인 22조2,000억원이 가계대출이고, 이 중 절반가량인 10조2,000억원이 신용대출이었다. 가계 신용대출의 66%인 6조7,723억원은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이었다. 저축은행 신용대출을 받은 109만명 중 85만명(78.1%)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에게 적용된 금리는 연평균 25.6%였다.

이처럼 고금리 대출이 난무하는 이유는 저축은행의 막무가내식 금리 책정 때문이다. 신용대출은 담보대출과 달리 차주의 상환능력, 신용도 등을 두루 살펴 대출금리를 매겨야 하지만, 저축은행의 금리 산정체계는 합리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저축은행이 차주 신용도별로 적용한 평균금리를 살펴보면 중(中)신용자로 분류되는 5등급부터 사실상 고금리를 일괄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탓에 6등급(23.4%)와 8~10등급(25.2%)에 적용된 평균 대출금리에 거의 차이가 없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주 이용고객의 신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감안해도 대출금리 체계가 주먹구구식이란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고금리 일괄 부과 관행은 저축은행이 막대한 이자 수익을 남기는 바탕이 됐다. 저축은행의 1분기 평균 순이자마진은 6.8%로 시중은행(1.7%)에 견줘 4배 높았다. 순이자마진은 금융기관의 대출이자(수익)에서 예금이자(비용)을 뺀 값을 전체 이자수익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높다는 건 싼 이자로 예금을 조달해 비싼 이자로 대출을 내줬다는 뜻이다. 저축은행들은 연 2% 초중반 금리로 예금을 조달하는데, 전체 신용대출의 80%(차주수 기준)가 고금리 대출이니 순이자마진이 높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고금리 대출을 주력 영업으로 삼는 대형 저축은행들은 거의 폭리 수준이다. 웰컴저축은행의 순이자마진은 15.3%로 시중은행의 9배에 달한다. 신용대출의 90%가 고금리 대출인 오케이저축은행 역시 순이자마진이 13.8%에 달한다. 저축은행 업계가 예금을 조달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 받고는 대부업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영업행태를 보였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금감원은 저축은행 영업실태를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하반기 현장점검과 경영진 면담을 통해 저축은행 스스로 금리를 내리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러 수치를 통해 알 수 있듯 저축은행이 금리를 내릴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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