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통신기술’ 와이브로(WiBro)가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내년 3월 주파수 이용 기간 만료를 앞두고 대부분의 와이브로 사용자가 이용하던 KT가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KT는 오는 9월 30일 와이브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30일 밝혔다. KT와 SK텔레콤이 2.3G㎐ 주파수 대역을 사용해 제공하고 있는 와이브로 서비스가 내년 3월 종료되면 정부가 회수해 5G 망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개발한 통신기술인 와이브로는 2006년 4세대(G) 통신망 LTE보다 5년 빨리 상용화돼 당시 포화 상태였던 3G 망의 대안으로 널리 쓰였다. 이동하면서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무선 인터넷 기술로, 휴대용 와이파이 ‘에그(EGG)’에 사용되는 기술로 잘 알려져 있다. 12년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세계 주요 국가에 수출돼 국내 통신장비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기도 했다.
2011년 LTE가 상용화되면서 와이브로는 외면받기 시작했다. 2012년 105만명에 달했던 가입자는 지난해 말 36만명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현재는 6만8,000여명에 불과하다. 이 중 KT의 와이브로 가입자는 5만여명이다. KT 관계자는 “품질 유지와 이용자 편익 제공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돼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KT는 ▦각국의 이해관계로 인한 글로벌 확장의 어려움 ▦LTE-A, 5G 등 기술 진화와 대체 서비스의 급격한 성장 ▦와이브로 단말 및 장비의 생산 중단 ▦서비스 가입자 하락으로 인한 사업환경 악화 등을 와이브로 사업 종료의 이유로 들었다.
K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승인을 거쳐 9월 말까지 와이브로 서비스를 종료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승인과 관계없이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네트워크를 종료할 방침이다.
또한 KT는 기존 와이브로 가입자들이 불편 없이 데이터 통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환 지원 프로그램과 소비자 보호 방안을 마련했다. 추가 비용 부담 없이 LTE 에그플러스(egg+)를 사용할 수 있으며, 해지를 원하더라도 위약금과 단말 잔여 할부금이 모두 면제된다. 신규 LTE에그 단말은 24개월 약정시 무료로 제공되고, 와이브로 하이브리드 요금제를 이용 중이었던 고객들은 별도 단말 교체 없이 LTE 에그플러스 요금제로 전환된다.
KT 관계자는 “계획대로 와이브로 서비스 종료가 이뤄질 경우 5G로 진화해 나가는 글로벌 통신환경에 적극 대응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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