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한 전문의가 “입원” 판단해도
심사위서 결정하면 “퇴원” 조치
위원회에 정신과 전문의 겨우 1명
심사 전문성 신뢰성에 의문 제기
이상행동 잦아 결국 재입원하거나
가족 거부로 퇴원 후 방치 사례도
“아니 이런 사람이 어떻게 퇴원을 했죠?”
최근 경기 고양시 한 사찰. 6월초 조현병 증상이 악화돼 서울 한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A(61)씨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퇴원해 본인이 거주하던 사찰로 돌아오면서 한바탕 시끄러웠다. 여성 신도를 앞에서 음흉한 웃음을 짓고 공양간의 음식을 닥치는 대로 먹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은 것. 20대 초반에 조현병이 발병해 모친을 때리는 등 폭력적이 되자 승려인 형이 그를 거두었지만,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그가 퇴원을 할 수 있었던 건 지난 5월 도입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이하 입원심사위) 제도 때문이다. A씨를 진단한 전문의들은 인지 손상으로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을 내렸지만, 입원심사위는 입원치료 필요성이나 자ㆍ타해 위험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며 퇴원 결정을 내렸다.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들의 입원 적절성을 평가하는 입원심사위의 결정 방식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환자 인권 보호를 위해 입원 당시 환자를 진단한 정신과 전문의가 입원 결정을 내리면 14일 이내 다른 의료기관에 속한 정신과 전문의가 같은 진단을 내려야 강제 입원이 가능하다. 입원심사위는 이후 다시 14일 이내(입원 후 28일 이내) 입원 적합성 심사를 해서 환자 퇴원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2중, 3중의 환자 인권 보호장치인데, 그 기준이 모호해 퇴원 결정을 내린 환자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알코올 치매를 앓고 있는 남성환자 B(63)씨의 경우도 비슷하다. B씨는 올 2월 알코올 의존 증상 악화로 가족에 의해 비자의적인 입원을 했다. B씨는 지난 6월 퇴원을 요구했고, 입원심사위 심사를 통해 지난 달 11일 퇴원했다. 입원심사위는 “보호할 가족이 있고 퇴원 후 일반 환경에서 적응을 시도해 볼만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B씨는 퇴원 후에도 만취 상태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일이 잦았고 결국 다시 입원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입원심사위 심사 결정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입원심사위에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 정신과 전문의는 “입ㆍ퇴원 여부는 입원심사위 소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소위원회 위원 4, 5명 중 정신과 전문의는 1명에 불과하다”며 “심사에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입원 적합성 심사가 1, 2차 전문의 진단이 내려진 이후에 이뤄지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전문의들이 입원이 필요하다고 한 뒤에 비전문가들이 입원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건 곤란하다”며 “입원 후 3, 4일 내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복지부에 전달했다.
입원심사위가 퇴원을 결정하면 지체 없이 병원에서 퇴원을 해야 하는 시스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자의적 입원 환자의 경우 장기간 정신질환을 앓아 환자를 돌 본 가족들과 불화가 있거나, 퇴원을 해도 가족들이 환자와 함께 사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퇴원 후 방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정석 건국대충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소한 환자들이 거주할 곳과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을 수 있는 곳이라도 정해진 다음 퇴원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야 퇴원 후 환자의 인권과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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