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핵 협상(JCPOA)에서 탈퇴한 미국의 제재 복원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란 화폐인 리알화의 환율이 계속해서 상승하면서 경제 위기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이란 환율을 추적하는 본바스트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이란 리알화 가치는 달러당 9만8,000리알에서 11만2,000리알까지 떨어져 1달러당 10만리알선 아래로 무너졌다. 다른 외환거래 추적 사이트도 환율을 달러당 10만8,500리알에서 11만6,000리알 사이로 추정했다.
리알화의 폭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협상 탈퇴를 선언하기 이전인 3월부터 시작됐다. 연초 달러당 4만2,890리알이었던 환율이 미국의 탈퇴 선언 당시에는 이미 6만5,000리알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리알화의 폭락은 제재가 시작되면 해외 거래가 중단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에 이란인들이 리알 대신 안전자산인 달러나 금 등으로 환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중앙은행은 환율을 묶어 놓고 비공식 거래를 금지했지만 리알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는 데에는 실패했다. 은행들은 가짜 공식환율에 근거해 달러화를 거래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리알화 가치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커졌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주 리알화 하락의 책임을 물어 발리올라 사이프 이란 중앙은행장을 해임했다. 이란 중앙은행은 연초 달러당 3만5,186리알이었던 공식 환율을 4만4,070리알까지 조정했지만 여전히 실제 암시장 거래와는 격차가 크다. 이란의 외환 위기를 거의 보도하지 않았던 이란 국영방송도 29일 환율 급등 뉴스를 전할 만큼 이날 이란 외환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미국의 핵 협상 탈퇴에 따른 이란 제재는 8월 6일부터 회복되는데 제재 대상은 이란과의 달러화ㆍ금속 거래, 자동차ㆍ항공기 거래 등이다. 원유 등 에너지 부문 제재는 11월 4일부터 시작된다.
혼란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당분간 미국을 향한 적대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도 리알화 혼란과 금값 급상승 등의 현상이 “적”의 소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까지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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