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후배를 성추행한 남학생이 형사 처벌을 면했다 하더라도 퇴학 처분을 내린 대학의 결정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1부(부장 김광진)는 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퇴학당한 A씨가 대학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4학년이던 지난해 4월 학과 행사에 참석했다가 술을 마시고 잠든 후배 속옷에 손을 넣어 신체를 만진 혐의(강제추행)로 입건돼 학교로부터 퇴학처분을 받았다. 이후 피해자와 합의했고, 피해자는 A씨 요구대로 검찰에 처벌불원서를 냈다. 검찰은 A씨가 초범인데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참작해 성범죄 예방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기소 유예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를 근거로 “4학년 1학기 재학 중 퇴학 처분을 당해 불이익이 크고, 대학 또한 지도ㆍ감독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고 보기 어려워 퇴학은 과하다”며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처벌불원서 작성과 기소유예 처분 모두 퇴학 징계 이후 발생한 것인데, 징계 적법성은 당시 사정을 토대로 판단해야지 그 이후 사정을 소급해 고려할 수는 없다”면서 “성범죄 피해 후 휴학한 뒤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한 피해자를 2차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엄중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대학의 지도·감독 의무 불이행에 대해서도 “대학이 성인인 대학생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지도ㆍ감독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지도·감독을 게을리 한 것이 이 사건의 실질적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