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별로 없던 북극권서도 발생
유럽지역 대형 화재 건수
10년 평균보다 40% 늘어
지구촌이 잇단 대형 화재로 검게 그을고 있다. 북극권과 같이 화재가 드문 곳도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건조해진 기후가 이 같은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럽에서 피해 면적이 30만㎡(약 9만평)가 넘는 화재가 과거 10년 평균치보다 40% 이상 더 많이 발생했다. 미국에서도 대형 화재가 1970년대 이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데이비드 보우만 호주 타스마니아대 교수는 “극단적인 화재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정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호주와 미국 캘리포니아 등 상습 화재 지역은 물론이고, 거의 화재가 발생하지 않던 다른 지역에서도 대형 화재가 잇따르는 점을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FT는 “가뭄과 뜨거운 열기로 숲이 불에 타기 쉽게 변한 결과 북극권에서도 화재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혹서 기간 중 불이 잘 나지 않던 영국 습지대에서도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극권인 스웨덴에서는 올해 화재가 65번 발생했는데, 연평균 3회에 그쳤던 이전보다 확연히 증가한 것이다.
특히 지구 온난화는 세계 각지에서 잇따르고 있는 대형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르완 스톤 영국 국립대기연구센터 연구원은 “기후 변화는 다양한 대형 화재의 여러 원인 중 하나이지만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라며 “더 덥고 건조해진다면 화재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으로 지구 온도가 섭씨 2도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규모의 인구이동, 물 부족, 이주 등에 따른 분쟁 증가 등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샘 팬크하우저 영국 그랜섬 기후변화연구소 연구원은 “국내총생산의 2~5%의 비용이 추가로 들지 않겠느냐는 추정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과소 추계”라고 말했다.
기후 변화에 따른 화재 발생은 가난한 국가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국제학술전문 네이처지에 최근 소개된 한 연구는 북반구에 위치한 부유한 나라들은 적도 부근에 있는 빈곤국보다 상대적으로 손해가 적을 것으로 추정했다. 예컨대 북반구 스웨덴의 경우 온도 상승으로 나무가 잘 자라면서 오히려 목재 수출에 있어서는 지구 온난화가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에 발생한 대형 산불로 최소 6명이 사망하고, 330㎢의 면적이 불에 타는 등 인명과 재산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에 앞서 13일에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인근에서도 대형 산불이 일어나 공원 출입이 부분적으로 통제되기도 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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