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 환자 7~8월 급증…대장균ㆍ살모넬라ㆍ캠필로박터균 기승
식재료 상온에 1시간 이상 노출되면 세균 급속히 늘어
연일 폭염이다. 기온이 급격히 올라 식중독 발생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식중독 환자는 7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8월에 정점을 찍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5년간(2013~17년) 월별 식중독 환자를 분석한 결과, 7월 466명(7%)에서 8월 1,501명(24%)으로 크게 늘었다가 9월 456명(7%)으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식중독 원인균(7ㆍ8월 기준)은 병원성 대장균(1,017명, 52%)이 월등히 많았고, 살모넬라(313명, 16%), 캠필로박터 제주니균(204명, 10%), 장염비브리오(71명, 4%) 순이었다. 발생 장소는 학교(991명, 50%)와 음식점(446명, 23%)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증상은 설사, 구토, 복통 등이 가장 흔하다. 발열과 오한, 두통과 어지러움, 근육통, 호흡곤란과 마비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음식을 먹은 후 1~72시간 이내 나타난다.
생닭은 냉장고 맨 아래칸에 보관해야
병원성 대장균은 자연에 널리 분포하고 있지만 오염된 물이나 채소류, 육류 등에 의해 주로 전파된다. 분쇄했거나 다진 육류는 안쪽까지 완전히 익혀(7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먹어야 안전하다. 채소류는 먼저 흐르는 물에 씻고 살균제나 식초를 탄 물에서 5분 이상 담근 뒤 깨끗한 물로 3회 이상 충분히 헹군 뒤 먹는 게 좋다.
살모넬라는 동물ㆍ사람의 배설물에서 발견되는 세균이다. 오염된 물, 달걀, 가금류, 육류 등을 통해 감염된다. 살모넬라는 열에 약하므로 음식을 충분히 가열해 먹고 달걀을 만진 손은 깨끗이 씻어야 한다.
캠필로박터 제주니균은 닭 칠면조 돼지 개 소 고양이 등 동물과 가금류의 장(腸)에서 흔히 발견되며, 사람에게도 전염된다.
캠필로박터균에 의한 식중독은 2013~2017년 5년 동안 2,458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1,019명(41%)이 7~8월에 걸렸다. 캠필로박터균 잠복기는 2~7일이지만 최대 10일까지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감염되면 발열, 두통, 근육통, 복통, 구토, 설사 증상이 나타난다. 환자에게 충분한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면 1주일 뒤 대부분 회복된다.
캠필로박터균에 의한 식중독이 늘어난 것은 고온의 날씨에 쉽게 증식하고, 삼계탕 등 보신용 닭요리 섭취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복날에는 삼계탕 등 닭요리를 많이 먹는데 조리에 주의해야 한다. 생닭을 씻을 때 튀는 물에 의한 교차오염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닭을 씻을 때 가까이에 채소, 식기 등에 물이 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생닭을 조리할 때에는 속까지 완전히 익도록 중심 온도를 75도 이상으로 1분 이상 충분히 가열해야 한다. 캠필로박터균은 열에 약해 70도에서 1분 만에 죽는다. 식재료는 채소류, 육류, 어류, 생닭 순으로 씻는 것이 좋다. 생닭을 다뤘다면 반드시 비누 등 세정제로 씻은 뒤 다른 식재료를 취급해야 하고 조리 기구도 꼼꼼하게 씻고 소독해야 한다.
생닭을 냉장고에 보관할 때는 밀폐용기를 사용해 맨 아래 칸에 넣어야 한다. 생닭에서 나온 핏물이 다른 식재료를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삼계탕 등 닭 요리 섭취가 늘어나는 여름에는 닭 등 가금류의 조리 과정에서 캠필로박터균에 의한 식중독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장염비브리오는 바닷물에 존재하는 균으로 오염된 어패류, 생선회 등에 의해 감염된다. 장염비브리오는 열에 약하므로 가열해 먹거나 어패류를 수돗물로 잘 씻고 교차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식약처는 식중독 예방을 위해 기상청, 국립환경과학원 및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유한 공공 빅데이터를 분석해 식중독 예측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식중독 예측지도는 ▦누구나 알기 쉽게 지역별 식중독 발생 위험정보를 지도 형태로 시각화해 제공, ▦당일 기준 2일 후까지 발생 위험정보 및 단계별 행동요령 안내, ▦기상정보(기온, 습도 등)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식약처(www.mfds.go.kr) 및 식품안전나라(www.foodsafetykorea.go.kr) 등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다.
상온 보관식품부터 장을 먼저 봐야
요즘같이 폭염이 지속될 때에는 식재료 장보기 시간을 1시간 이내로 줄여야 한다. 덥고 습한 여름 날씨에는 식재료가 상온에 1시간 이상 노출되면 세균이 급속히 늘어나 식중독 발생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장을 볼 때에는 제품의 유통기한ㆍ표시사항을 꼼꼼히 확인하고 신선한 식품을 구입해야 한다. 상온 보관 식품부터 냉장ㆍ냉동식품, 육류, 어패류 등의 순으로 1시간 이내 시장 보기를 마쳐야 한다. 구체적으로 라면ㆍ통조림 등 냉장이 필요 없는 식품에서 시작해 과일ㆍ채소, 햄, 어묵 등 냉장이 필요한 가공식품, 육류, 어패류 순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장을 본 다음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온도에 따라 제품이 상할 수 있는 냉장ㆍ냉동식품, 육류, 어패류 등은 아이스박스나 아이스팩에 넣어 운반해야 한다.
캠핑 시 계곡물ㆍ샘물 쓰지 말아야
여름 휴가철을 맞아 캠핑장, 휴가지를 많이 찾는데 이 곳에서도 식중독 우려가 높다. 냉장ㆍ냉동 시설이 부족한 캠핑 시설 등 야외에서는 식중독균 증식이 왕성한 만큼 음식물 보관과 섭취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식재료는 아이스박스ㆍ팩 등을 이용해 차갑게 운반ㆍ보관하는 게 좋다. 과일ㆍ채소는 고기나 생선의 육즙이 닿지 않도록 각각 분리해 포장 보관한다. 자동차 트렁크에는 온도가 높을 수 있어 가급적 음식물을 보관하지 않도록 한다.
채소ㆍ과일 등 익히지 않고 먹는 음식은 수돗물, 먹는 물로 검사가 끝난 지하수 등 안전성이 확인된 물로 씻어야 하며, 계곡물이나 샘물은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조리할 때에도 ▦조리 전 비누 등 손세정제로 손씻기 ▦채소류는 소독액 등으로 5분 이상 담근 후 물로 3회 이상 세척하고 절단작업은 세척 후 실시 ▦생고기를 자른 칼과 도마는 반드시 세척한 후 사용하기 등을 실천하는 게 좋다.
또한, 음식물을 먹을 때 ▦식사 전 손을 깨끗이 씻거나 물티슈로 닦기 ▦실온이나 자동차 트렁크에서 오래 보관됐던 식품은 버리기 ▦마실 물은 가정에서 미리 끓여 가져가기 ▦민물 어패류는 기생충 감염 우려가 있으므로 되도록 먹지 말고 불가피하다면 반드시 잘 익혀서 섭취하기 ▦야생버섯, 설익은 과일, 야생식물 등을 함부로 채취하거나 섭취 자제하기 등도 중요하다.
특히, 여름철에 생선, 조개 등 어패류를 가열하지 않고 날것으로 먹으면 비브리오패혈증, 장염비브리오 식중독, 아니사키스증(아니사키스 기생충에 감염된 해산물을 조리하지 않고 섭취 시 발생하는 급성 복통 질환) 등의 위험이 높아지므로 충분히 익혀서 먹도록 합니다.
이밖에 식중독 예방을 위한 3대 요령(손 씻기, 익혀 먹기, 끓여 먹기)이 생활화되도록 노력하면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식중독 예방을 위한 식품 구입ㆍ보관 요령]
-과일ㆍ채소는 냉장제품으로 구입하고, 과일ㆍ채소류를 육류나 수산물과 함께 구입할 때에는 분리해 포장한다.
-농산물은 흠이 없고 신선한 것을 구입한다. 수산물은 몸통이 탄력이 있고 눈이 또렷하며, 윤기가 나고 비늘이 부착된 신선한 것을 사는 것이 좋다.
-식품별 보관법에 따라 구입 후 바로 냉장 또는 냉동에 보관한다. 냉동 육류ㆍ어패류 등은 온도 유지가 잘 되도록 냉동고 안쪽에 넣는다. 상하기 쉬운 식품은 냉장실 문 쪽에 보관하지 않도록 한다. 냉장고 위치 별 낮은 온도 순 냉동 안쪽<냉동 문 쪽< 냉장 안쪽<냉장 채소 칸<냉장 문쪽.
-냉장고 적정 온도를 유지하려면 ▦전체 용량의 70% 이하로 채우기 ▦자주 문을 열지 않기 ▦뜨거운 것은 재빨리 식힌 후 보관하기 등을 실천한다.
[지난해 월별 식중독 발생 현황]
<자료: 식약처>
[최근 5년간 원인별 식중독 현황](2013~2017년)
<자료: 식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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