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회계감리 대상 기업이 분식회계 증거를 숨기지 못하도록 강제조사 권한을 부여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하기로 했다. 최근 재감리가 결정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선 연내 추가 조사를 끝내는 등 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29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기업 분식회계 혐의를 가리는 정밀감리 단계에서 법적 강제력이 뒷받침된 ‘임의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정밀감리에 들어가면 최종 결론을 내기까지 보통 1년 이상이 걸리는데, 작업량도 방대하지만 일차적으로는 기업이 꼼수를 동원해 금감원의 자료 제출 요청에 제대로 응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하반기 국회을 상대로 금감원이 임의조사권을 활용해 감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계감리는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의 검토를 거친 기업 재무제표(감사보고서)를 재검증하는 절차를 말한다. 회계감리는 사전감리와 정밀감리로 나뉜다. 금감원은 내부고발 또는 수사 의뢰가 들어온 기업을 상대로 사전감리를 벌이고, 실제 분식회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정밀감리 단계로 들어간다. 기업 입장에선 정밀감리 대상이 된 것만으로도 시장에서 분식회계 의심을 사는 터라 감리에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 금감원의 하소연이다. 취할 수 있는 조치라곤 고의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기업을 검찰에 고발하는 것뿐이다 보니, 기업이 자료를 찔끔찔끔 제출하거나 회사에 유리한 내용만 담아 내놓는 식으로 버티면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그런 만큼 회계분식을 밝힐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강제조사권이 필요하다는 것이 금감원의 논리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조사에 법적 강제력이 생기면 (그간 접근하기 어려웠던)계좌정보, 업무용 이메일 내역 등을 쉽게 확보할 수 있어 분식 증거를 찾는 게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며 “다만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인 만큼 국회에 취지를 잘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재감리를 통보 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건과 관련해 연내 새로운 조치안을 증선위에 제출한다는 목표로 추가 조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콜옵션 부채를 사업보고서 주석에서 고의로 빠뜨린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는 당기순이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았더라도 명백한 분식회계에 해당한다”며 “추가 증거를 찾기 위해 조만간 재감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아울러 제약ㆍ바이오 기업을 상대로 대대적인 테마감리를 진행 중이다. 연구개발비를 적법하게 회계처리 했는지가 핵심 사안으로, 일부 기업에 대해선 정밀감리로 전환했다. 제약ㆍ바이오 기업은 업종 특성상 연구개발비 비중이 큰데, 신약 개발 가능성 등 특정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장부상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영업이익을 늘리기 위해 비용 처리해야 할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하는 관행이 공공연하게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금감원의 회계감리 강화 조치를 두고 “기업들을 너무 코너로 모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처음엔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기업들의 분식 관행이 바로 잡히면 오히려 더 큰 비용을 막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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