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中이 대상 됐지만 호락호락할까
1988년 8월 3일 미국을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로 이끄는 포괄통상법안(Omnibus Trade and Competitiveness Act)이 미 상원을 통과했다. 1974년 제정된 무역법 301조(일반 301조)의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한 보복 규정을 강화해 30일 이내에 시장 개방 협상을 벌일 나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해당 국가를 상대로 의무적으로 무역 보복 협상을 벌이도록 한 게 골자다. 일반 301조보다 훨씬 광범위한 무역 보복이 가능해 ‘강력하다’는 의미를 더한 ‘슈퍼 301조’라는 별칭이 붙었다.
법안 제정의 배경은 1980년대에 누적된 천문학적인 미국의 무역 적자다. 당시 의회와 기업들은 그 원인을 교역 상대국에서 찾았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무역대국으로 부상하던 일본을 무차별적인 수입 규제로 옭아맸다. 여기에 일본 상품에 밀린 미국 제조업 붕괴로 일자리가 사라져 가자 블루칼라에 정치적 기반을 둔 민주당도 보호무역 강경론을 부추켰다.
슈퍼 301조는 1989년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 법안이지만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다시 시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레이건 행정부 이후 빌 클린턴 행정부는 미국 경기가 악화되자 세 차례(1994~1995년, 1996~1997년, 1999~2001년)나 슈퍼 301조를 발동했다.
하지만 클린턴 행정부 이후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자유무역 기조에 밀려 사실상 사문화했던 슈퍼 301조를 레이건 전 대통령을 롤 모델로 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활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무역법 301조(슈퍼 301조)를 근거로 5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6일 미국은 500억달러 중 우선 340억달러에 해당하는 중국 제품 818개에 대해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실행에 옮겼다.
보복 대상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뀐 게 다를 뿐 1980년대 미국이 주도한 통상분쟁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미중 무역전쟁을 이끄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레이건 행정부에서도 무역대표부 부대표를 지내며 자국 산업보호에 주력했던 인물이다.
당시 일본은 자동차 대미 수출을 자율적으로 제한하며 결국 미국의 압박에 굴복했지만, 정치ㆍ군사적으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은 미국 농산물 등에 미국과 같은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강 대 강으로 맞붙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30년 간격을 둔 강대국 간 무역전쟁 전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인 한국에 큰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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