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형 SUV 시장은 단연 현대 싼타페 TM과 기아 쏘렌토가 이끄는 모습이다.
지난 시간 동안 다양한 도전자들이 호기로운 등장을 알렸지만 결국 지금 시장에서 견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건 여전히 싼타페고 또 쏘렌토다. 특히 싼타페 TM의 경우에는 DM의 뒤를 이어 세련되고 당당한 존재감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2018년 7월, 싼타페 TM을 만나 그 매력은 무엇이고 또 그 가치는 무엇인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육중함, 그리고 당당한 싼타페 TM
체격을 키우는 현대, 기아의 중형 SUV들은 이미 시장에서 타 경쟁자 대비 월등한 체격을 갖췄다. 실제 싼타페 TM 역시 4,770mm의 전장과 1,890mm의 전폭을 갖췄으며 전고와 휠베이스 역시 1,680mm와 2,765mm로 경쟁 모델 대비 더욱 큰 모습이다. 실제 최근에 등장했던 쉐보레 이쿼녹스나 르노삼성의 QM6와 비교한다면 그 체격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참고로 시승 차량은 2.2L 디젤 엔진과 AWD 시스템을 탑재해 1,895kg의 공차중량을 갖췄다.
코나에서 시작된 유니크한 스타일
솔직히 말해 싼타페 TM의 등장 때 머리 속에 가득했던 생각은 '역시 또 거짓말이구나..'라는 것이었다. 기억을 돌이켜 코나의 공개 현장에서 현대디자인센터를 이끄는 루크 동커불케 전무가 "코나의 디자인을 다른 차량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싼타페는 코나에서 시작된 디자인 기조를 그대로 반영한 모습이다.
물론 현대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실제 YF 쏘나타 공개 때도 '택시 모델은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놀랍게도 그 미디어 공개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6개월 뒤에 택시 모델을 낸다고 들었다'는 택시 기사의 증언을 들었던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LF 쏘나타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어쨌든 싼타페 TM의 디자인은 상당히 유니크하다. 육각형 형태의 케스캐이딩 프론트 그릴을 마치 인피니티의 듀얼 아치와 렉서스의 스핀들 그릴 그 사이 즈음에 위치할 스타일로 새롭게 다듬었고, 전면 라이트들는 상단은 날렵하게 하단은 큼직하게 그려내 누가 보더라도 '코나의 큰 형' 임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전체적인 구성은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확실히 현대의 DNA와 함께 '새로움'을 추구했다 생각된다. 참고로 보닛에는 라인을 더해 차량의 볼륨감이나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했으며 포장된 도로를 벗어나는 것이 주 목적은 아니지만 범퍼 하단에는 클래딩 가드와 스키드 플레이트를 덧대 SUV의 감성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측면과 후면은 차량을 보다 커보이게 아는데 집중했다. 현란한 라인을 더해 역동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전면부터 후면까지 길게 이어지는 라인과 휠 아치를 더욱 커보이게 하는 펜더 라인을 추가해 시각적인 효과를 유도한다. 여기에 시승 차량의 경우에는 네 바퀴에 19인치 투톤 스타일의 알로이 휠을 더해 더욱 강인하고 세련된 감성을 연출했다. 참고로 도어 패널 하단게 메탈릭 가니시를 더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후면 디자인은 다시 한 번 코나의 디자인을 반영했다. 날렵하게 그려진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범퍼 가까이 자리한 방향 지시등 등을 더해 시각적인 감성을 강조했다. 후면 역시 클래딩 가드 위에 스키드 플레이트를 더해 SUV의 감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모습이다.
안정감과 여유가 돋보이는 실내 공간
싼타페 TM의 실내 공간은 안정적이고 또 여유롭다. 좌우대칭, 그리고 랩어라운드 스타일로 다듬어진 대시보드가 실내 공간의 중심을 잡고, 스티치를 더해 시각적인 감성을 더했다. 대시보드 중앙에는 팝업 스타일의 디스플레이 패널이 자리하고 고광택의 LCD 패널을 더한 공조 컨트롤 패널 등을 쌓았다. 계기판은 중앙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더해 시각적인 만족감을 높였다.
스티어링 휠은 고급스러운 느낌과 다양한 기능을 예고하는 4-스포크 스타일로 다듬어 시각적인 만족감을 유도한다. 이와 함께 인상적인 부분은 대시보드의 조수석 부분 중 일부를 안쪽으로 파 내고 고무 패드를 적용해 작은 수납품을 손 쉽게 보관할 수 있도록 해 실용성을 챙겼다.
현대차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역시 다양한 편의 사양 및 옵션의 경쟁력에 있다. 실제 싼타페 TM 역시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고 있고, 이를 대시보드의 디스플레이 패널 및 스티어링 휠 및 그 주변의 버튼으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의 우수한 시인성과 뛰어난 터치 인식을 바탕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원하는 기능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디스플레이 패널의 전체적인 모습이 고급스러운 느낌이 부족해 보인다.
싼타페 TM의 실내 공간은 당당한 체격에서 볼 수 있듯 넉넉하고 여유로운 모습이다. 1열 공간의 레그룸이나 헤드룸 모두 만족스러운 편이고 또 사이드 부분의 볼륨을 강조한 시트 역시 체격을 가리지 않고 준수한 만족감을 제시한다. 게다가 시승 차량의 경우 상위 트림인 만큼 고급스러운 느낌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스티치와 퀼팅 등의 기교를 통해 더욱 우수한 만족감을 제시한다.
2열 공간은 긴 휠베이스를 기반으로 여유를 더한다. 매력적인 디자인과 우수한 착좌감의 2열 시트를 마련해 레그룸과 헤드룸을 모두 확보했다. 여기에 2열 에어 밴트를 확보해 더욱 안락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며 2열 시트는 손쉬운 조작을 통해 폴딩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개방감이 돋보이는 선루프를 통해 장거리 주행에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싼타페 TM의 적재 공간은 기존 DM 대비 한층 늘어나 625L에 이르게 되었다. 트렁크 게이트의 개방감도 우수하고 또 적재 공간 내의 형태도 부피가 큰 짐을 쉽게 적재할 수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2열 시트를 폴딩하면 더욱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에서 손쉽게 대응한다.
2.2L 디젤, 8단 변속기 그리고 AWD
싼타페 TM의 파워트레인 구성에 있어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역시 8단 자동 변속기의 탑재에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은 2.0L 디젤 엔진이 주가 되겠지만 시승 차량은 보닛 아래 최고 출력 202마력과 45.0kg.m의 토크를 내는 2.2L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되어 있다.
여기에 SUV의 감성을 강조하듯, HTRCK을 통해 네 바퀴로 주행 상황에 따른 최적의 출력 배분을 추구한다. 이러한 조합으로 싼타페 TM은 공인 연비는 12.0km/L를 달성해 출력, 배기량 등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우수한 모습이다. (도심 연비 11.1km/L 고속 연비 13.5km/L / 9인치 휠, 타이어 기준)
부드러움으로 무장한 도심형 SUV
싼타페 TM은 중형 SUV라고 하기엔 상당히 거대하다. 이는 같은 값이면 더 큰 차량을 원하고, 또 시각적으로 더 비싼 차량에 애착을 가지는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어쩌면 그런 방식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바꾼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싼타페 TM의 시트에 몸을 맡기면 제법 넓은 시야 덕분에 만족감이 높다. 시트의 쿠션감이 다소 무른 편이지만 기본적인 쿠션의 양이 많아 장거리 주행에서도 괜찮을 것 같다. 차분한 모노톤의 실내 공간에 자리한 은색의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니 '디젤 엔진의 존재감'을 억제한 정숙함이 느껴진다. 특히 소음 부분은 확실히 억제되었고, 진동은 여리게 느껴지는 편이지만 잘 다듬었다는 생각이 든다.
밝진, 가속 등에서 싼타페 TM은 여전히 부드럽고 나긋한 모습이다.
이러한 성향은 일상적인 주행은 물론이고 대중의 성향을 잘 반영한 셋업의 결과라 생각된다. 다만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다. 실제 싼타페 TM에 적용된 2.2L 디젤 엔진의 출력은 비슷한 배기량을 가진 타 사의 디젤 엔진보다 확실한 '수치적 우위'를 점하는 것이 사실이다. DM 시절부터 같은 출력을 이끌어 냈던 현대차지만 여전히 인상적인 수치다.
다만 막상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아 가속을 해보니 그 수치가 사실인지 의문이 든다. 시승 차량의 문제였을지 모르겠지만 차량의 움직임은 어딘가 답답하고 둔한 느낌이다. 엑셀레이터 페달 조작에 따른 RPM 상승은 제법 빠르고 가벼운 편이지만 막상 그에 따른 출력 전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느낌이다.
특히 3,000RPM 부근에서는 되려 '출력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디젤 엔진 특유의 넉넉한 토크를 기반으로 일상적인 주행이나 추월 가속 등에서 큰 부족함은 없지만 출력을 머리 속으로 되새기면서 타기엔 다소 아쉽게 느껴젼다.
8단 변속기는 부드러운 성향을 그대로 반영한다. 기어 쉬프트 레버의 조작감도 상당히 부드러운 편인데 주행 역시 변속 상황에서의 충격을 억제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물론 수동 변속을 통해 운전자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도 있어 활용성이나 그 사용감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웠다.
차량의 움직임에 있어 여러 특징이 있지만 다른 무엇보다 '다루기 편하다'는 특성이 돋보인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도 그리 무거운 편이 아니고 또 조향에 따른 차량의 움직임도 제법 가벼운 편이라 체격이나 근력을 가리지 않고 어떤 운전자라도 편하게 다룰 수 있어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조향 감각이 고속에서도 꾸준히 이어지며 일상적인 도심 속 주행은 물론이고 장거리 주행 등 어떤 상황에서도 무난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차량의 하체 역시 견고함을 노골적으로 내세우기 보다는 부드럽고 편안한 모습이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적극적으로 달래며 탑승자의 여유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기존의 DM 대비 한층 더 여유롭고 아늑한 감성을 제시하며 '한층 발전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다만 아쉬움은 분명 있다. 차량 자체가 부드럽고 여유로운 건 사실이지만 차체의 견고함이 경쟁 모델에 비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 노면의 충격을 차체가 고르게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차량의 각 부분이 따로 진동하는 현상이 드러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특성을 일반적인 주행 환경에서는 쉽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QM6나 최신의 이쿼녹스 등이 보여준 그 견고함과 비교한다면 분명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싼타페 TM은 부드럽고 편안함에 초점을 맞추면서 효율성이라는 무기를 확보했다. 실제 시승을 하는 도중 자유로에서의 50km 주행을 하며 그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트립 컴퓨터의 계측이 다소 오차가 있는 편이었지만 50.9km를 달리며 21.3km/L에 이르는 뛰어난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오차를 고려하더라도 경쟁자 대비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수치였다.
좋은점: 기존 싼타페 DM보다 더 개선된 부드럽고 여유로운 주행 감성
아쉬운점: 아직 완벽히 지워내지 못한 '현대차 고유의 단점들'
일상, 대중의 선택을 받을 싼타페 TM
싼타페 TM은 완벽하거나 그 매력이 큰 차량이라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대중들의 선택을 받을 만한 조건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넉넉한 체격을 갖췄고, 더 커보이는 디자인을 더했다. 여기에 넉넉하고 다양한 기능을 갖췄고 또 효율성이라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 분명 아쉬운 점은 존재하지만 시장의 선두를 지킬 이유는 충분한 존재인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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