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나도 워싱턴 방문할 준비돼 있어”
백악관 “트럼프도 푸틴 초청하길 고대”
美 저자세 논란에 조속 개최는 쉽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스크바로 초청하고 싶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뜻이 방문 용의가 있다고 화답했다고 백악관이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미ㆍ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 내에서 ‘저자세 굴욕 외교’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음에도, 2차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워싱턴에 초청하기를 고대하고 있다”며 “그리고 그는 공식 초청을 받으면 모스크바를 찾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제10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모스크바로 초청할 준비가 돼 있고, 나도 워싱턴에 갈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큰 플러스(장점)는 유권자와 미국 국민에 한 약속을 이행하려 애쓰는 것”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러 정상이 서로에 대한 우호감과 함께, 후속 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 의지를 피력하긴 했지만, 단시간에 모스크바나 워싱턴에서 두 사람이 만나기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일단 헬싱키 정상회담에서 불거진 트럼프 대통령의 ‘저자세 외교’ 논란 탓에 미국 내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가을쯤 2차 회담을 추진했으나,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자신의 미온적 태도가 도마에 오르면서 일정을 미뤘다. 지난 25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내년 초 이후 미러 정상회담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악재로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도 이러한 점을 고려한 듯,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워싱턴 방문 의사를 밝히며 “다만 그곳(워싱턴)에서 업무에 합당한 여건이 조성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두 나라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구촌 현안도 정상회담 개최 여부나 시기에 언제든 영향을 끼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 이란 핵합의 문제 등에서 사실상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푸틴은 기자회견에서 이런 사안들이 미러 정상회담 의제가 될 수 있다면서 신(新)전략무기감축 협정(New START) 연장 문제도 그 중 하나로 언급했다. 버락 오바마 미 전임 행정부가 2010년 러시아와 맺은 이 협정은 양국의 보유 핵탄두를 1,550개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1년 2월 초에 만료된다. 양국 합의에 따라 5년 기간 이하로 연장될 수 있는데, 푸틴 대통령은 “오늘 협상을 시작하지 않으면 2021년에는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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