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50대와 20대, 두 여성이 동거를 통해 자신의 자아를 찾고 가족과 임신, 결혼 등 인생의 문제를 풀어가는 이야기. 서영희(채시라)는 공대를 나와 남자들만 가득한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 받은 커리어우먼이었다.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난 후 51세가 된 서영희는 무직으로 움츠린 채 살아가고 있다.
남편 한상진(이성재)은 스튜어디스인 김세영(정혜영)과 바람이 났고, 철없는 아들 한민수(이준영)은 엄마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아내도, 엄마의 수식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할 위기에 처한 서영희는 유일하게 자신을 보듬어주는 공간인 집에 스스로 갇혀 지낸다.
남편과의 이혼을 거부하며 위태롭게 살아가는 그의 앞에 아들의 여자친구인 대학생 정효(조보아)가 나타난다. 한순간의 실수로 임신을 한 그는 아이를 지우자는 한민수와 달리 생명의 가치를 지키려 한다. 그는 아이를 낳아 서영희에게 맡긴 후 자신이 사회적으로 성공하면 아이를 다시 찾겠다는 결심을 한다.
정효가 서영희에게 “아줌마는 집을 지키고 저는 살아야 한다”며 함께 살길 제안하면서 두 사람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서영희는 임신한 정효와 함께 병원을 찾고 태교 요가 수업을 들으며 애정을 키워간다.
‘이별이 떠났다’는 20대와 50대 여성이 결혼, 임신에 관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세대 간의 이해를 끌어냈다. “여자의 학벌과 사회적 경력은 결혼의 재물일 뿐이야.” “‘남편이 나가서 고생하는데, 아빠가 힘들게 벌어오는데’라는 말들이 여자에게는 최면을 거는 주문과 같이 들려와. ‘엄마로 살아야 하는구나’라는 주문.” 여자가 아닌 엄마로 살아야 했던 서영희의 현실적인 대사가 애잔한 감성을 더한다. 집 안에만 숨어살던 ‘히키코모리 엄마’가 용기를 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장면마다 세밀한 표현력이 돋보인다.
최근 이혼을 결심하고 새 삶을 살기로 한 서영희는 당당한 여자로 거듭난다. 28일 방송에서는 서영희가 엄마가 아닌 여자로 시원한 행보를 펼치는 모습이 그려진다. 6년 만에 단발로 머리를 자른 배우 채시라의 색다른 모습도 볼 수 있을 듯.
연출
MBC 김민식 PD의 8년 만의 복귀작이다. 그는 2012년 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부위원장으로 파업에 참여해 그동안 비제작부서에서 일해왔다. 김 PD는 그는 이전에도 여성에 관한 부조리한 사회적 관습과 편견, 여성 연대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을 보였다. MBC 드라마 ‘내조의 여왕’(2009),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2010) 등이 현대여성의 실질적 고민들에 초점을 맞추면서 공감을 끌었다.
막장 고부관계 설정의 통속극과는 다른 전개가 관전 포인트. “예비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판타지 로맨스”(김민식 PD)라는 비현실적 설정을 사실감 있게 그렸다. 혼전임신, 불륜 등 막장 소재를 끌고 왔지만, 스토리를 풀어가는 과정은 비교적 담백하고 섬세하다. 강렬한 사건 위주의 내용보다 여성의 심리를 묘사하는데 집중하면서 육아맘, 워킹맘의 공감을 자아낸다.
강추
20대에게는 엄마에 대한 이해를, 30대에겐 현재의 나에 대한 공감을, 40대에겐 아련한 추억과 연민을 불러올 듯.
비추
자극적인 그림을 덜어냈지만 혼전임신, 불륜, 낙태, 이혼 등 드라마에 빠지지 않는 막장 요소들이 상투적으로 다가오기도.
뜻밖의 발견
남성그룹 유키스 출신의 배우 이준영의 안정적인 연기력. 이준영은 지난해 tvN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훤칠한 외모에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다. ‘이별이 떠났다’에서는 이기적인 남자친구에서 한 가족의 가장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매 작품 성장하는 모습으로 연기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이준영은 가수활동을 병행하며 올해 더 주가를 올렸다. 새로 제작된 남성그룹 유앤비의 멤버로 지난달 무대에 섰다. 유앤비는 KBS2 오디션 프로그램 ‘더 유닛’에서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이다. 그는 최근 ‘이별이 떠났다’ OST ‘너라서’를 불러 가수의 역량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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