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한 금융硏 실장 “수수료율에 정부 개입 논리 사라져”
소비자가 원할 경우 반드시 신용카드 결제에 응해야 하는 ‘신용카드 의무수납제’가 폐지되면 중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무수납제 폐지로 정부가 지금처럼 수수료율 산정에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중소ㆍ서민금융연구실장은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향후 방안에 대한 논의’ 토론회에서 “카드 의무수납과 가맹점 의무가입이 폐지되면 정부가 적격비용과 우대수수료율 등 시장 가격에 개입할 수 있었던 논리가 사라진다”며 “협상력을 높일 수 없는 가맹점의 경우 수수료 부담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과 법인세법, 부가가치세법은 소비자에게 재화나 용역을 제공하는 개인사업자와 법인은 신용카드 가맹점 가맹점 의무가입제와 소비자가 신용카드 결제를 원하는 경우 이에 반드시 응해야 하는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를 지켜야 한다. 정부는 이 의무조항을 근거로 일정 규모(매출액 5억원) 이하의 영세ㆍ중소 가맹점에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등 신용카드 수수료율 산정에 개입하고 있다.
구 실장은 사업자가 가맹점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될 경우 가맹점의 협상력에 따라 수수료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맹점의 독점력이 강할 경우에는 소비자에게 수수료를 전가할 수도 있는 반면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줄어들어 매출이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신용카드사 입장에서는 가맹점 심사와 관리를 강화해 부적격 가맹점을 걸러낼 수 있는 반면 계약체결 거부 가맹점 확대로 영업 위축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는 수수료 부담 축소에 따른 물품 가격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영업이 위축된 카드사로부터 혜택이 줄어들거나 연회비가 상향 조정될 수 있다.
구 실장은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폐지를 추진한다면 가맹점 비용부담 완화라는 관점뿐 아니라 국내 소매 지급결제시장을 보다 편리하고 안정적이며 비용부담이 적은 방향으로 유인한다는 목적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며 “가맹점과 카드사, 소비자가 모두 이익이 될 수 있는 관점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