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펑펑… 어느새 홈런 4위
부상 탓 아직 규정타석 못채워
최소 경기 홈런왕까지 정조준
‘돌아온 홈런왕’ 박병호(32ㆍ넥센)가 정상 궤도에 올랐다. 특유의 몰아치기로 홈런 레이스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7일 현재 31홈런으로 공동 선두를 이루고 있는 최정(31), 제이미 로맥(33ㆍ이상 SK), 김재환(30ㆍ두산)과 25홈런으로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박병호의 격차는 6개지만 최근 대포 생산 능력을 볼 때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다.
22일 NC전부터 25일 KT전까지 4경기 연속 홈런으로 5개를 몰아친 박병호는 홈런 부문 상위 10명 중 유일하게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4월 13일 두산전에서 종아리를 다친 뒤 한달 넘게 자리를 비운 탓이다. 5월 20일 삼성전에서 시즌 5호 홈런을 쏘아 올리며 복귀 신고를 했지만 이미 최정(18홈런), 로맥(14홈런) 등 경쟁자들은 멀찌감치 달아난 상태라 통산 5번째 홈런왕 등극은 요원해 보였다.
그러나 5월 10경기에서 5홈런, 6월 8홈런으로 꾸준히 대포를 가동했던 그는 이달 들어 벌써 8개를 쳤다. 지난 18일 재개한 후반기만 따지면 8경기에서 6개가 터졌다. 박병호는 “후반기 시작부터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면서 “강병식 타격코치님과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고 밸런스를 잡는 훈련에 집중해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상승 비결을 설명했다.
박병호가 치고 올라오자 경쟁자들은 다급해졌다. 최정은 지난 25일 허벅지 근육 손상으로 3주 재활 판정을 받아 이탈했고,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김재환은 이달 17경기에서 5개를 치는 등 페이스가 다소 떨어졌다. 슬럼프가 없는데다 홈런 친화 구장인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로맥이 레이스에서 유리한 상황이지만 박병호의 몰아치기 능력을 감안할 때 로맥도 안심할 수 없다.
만약 박병호가 올 시즌 역전 홈런 레이스를 펼친다면 한 시즌 동안 가장 많은 경기를 빠지고 홈런왕에 오른 선수가 된다. 박병호는 팀이 치른 102경기 중 30경기에 결장했다. 역대 최소 경기 홈런왕을 차지한 선수는 2016년 144경기 체제에서 21경기를 결장하고 40홈런을 때린 에릭 테임즈(전 NC)다. 테임즈는 정규시즌 막판 음주운전에 따른 징계로 8경기를 뛰지 못했다. 토종 선수 기록은 1994년 18경기를 빠지고 25홈런을 기록한 김기태(쌍방울) KIA 감독이다. 당시 김 감독은 방위병으로 복무를 할 때라 원정 경기 출전에 제약을 받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인 2014년과 2015년 KBO리그 최초의 2년 연속 50홈런을 쳤고, 국내로 돌아온 첫 해 다시 한번 홈런 새 역사에 도전하는 박병호는 그러나 늘 홈런 얘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친다. 그는 “홈런을 치는 것보다 팀 결과에 더 신경 쓰겠다”며 “후반기에도 중심 타자로서 제 역할을 잘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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