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하반기 국내 경제에서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에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이 총재는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하반기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의원들 질의에 “지금 금리는 완화기조”라며 “경제 성장세가 잠재 성장률 수준대로 가고, 물가도 (목표 수준인) 2.0%에 수렴하는 전제가 된다면 기준금리의 완화된 수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 내용이 하반기 금리를 한 번 더 올린다는 의미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재차 “성장과 물가를 전제로 (조건들이) 충족되면 금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앞서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로 제시했다. 또 전날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하반기 이후 물가오름세가 확대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전년 대비 2%)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발언을 두고 하반기 한은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2원 내린 1,181.1원에 마감됐다. 이날 환율은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에 달러 강세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날보다 4.2원 오른 1,123.5원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이 총재의 발언이 알려진 뒤 곧바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한편 이 총재는 고용상황에 대해서는 “하반기 고용은 정부 일자리 정책 등에 힘입어 서비스 중심으로 개선되겠지만, 자동차와 서비스업 등 업황 부진과 일부 제조업 고용 부진 영향으로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최근 고용시장은 취업자 수 증가폭이 5개월 연속 10만명 안팎에 그치는 등 부진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또 취업 유발효과가 낮은 산업 위주의 성장과 해외 생산 확대, 기술혁신에 따른 자동ㆍ무인화 등 구조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최근 고용부진은 경기적 요인 외에 구조요인도 기인하는 만큼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 노력과 구조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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