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나이와 혼인 사실을 숨기고 만난 동거 여성이 마음에 안 든다며 내쫓기 위해 폭행하고 허위 고소까지 한 80대 남성에게 징역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2단독(부장 정도영)은 무고ㆍ강요ㆍ강요미수ㆍ폭행ㆍ상해ㆍ특수재물손괴ㆍ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상 공동주거침입 교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유모(81)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유씨는 2016년 4월부터 동거하던 여성 A(48)씨를 집에서 쫓아내기 위해 7차례 허위 고소장을 내고 폭행하거나 괴롭혔다. 유씨는 서울 노원구에 있는 택시회사와 주유소 등을 보유한 재력가로, A씨와는 2010년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혼인을 전제로 만났다. 그는 과거 결혼 사실을 숨기고 나이를 60대로 속여 다수 결혼정보회사에 젊은 여성을 40여 차례 소개받은 전력이 있는데, A씨와 만날 때도 동일한 수법을 썼다.
유씨는 2016년 자신의 아내가 숨지자 그 다음해 4월부터 A씨와 동거하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으나, 2개월 뒤 A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내쫓으려 괴롭히기 시작했다. 유씨는 2017년 7월부터 3개월간 서울북부지검과 서울 노원경찰서에 ‘A씨가 머물 곳이 없다고 해 아파트에 거주하게 했는데 약속한 날이 지나도 나가지 않고 집안 물건들을 부순다', 'A씨가 비싼 향수를 훔치고 옷을 망가뜨렸다' 등의 내용으로 총 7장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유씨는 자신의 고소를 뒷받침하기 위해 자신이 운영하는 택시회사 직원들에게 '유씨는 부축해주지 않으면 거동할 수 없다', 'A씨가 유씨 집에 무단 침입했다'는 내용의 허위 진술서를 만들어 서명하지 않으면 해고할 것이라 협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해당 소행들은 모두 유씨의 자작극이었으며, 유씨가 여러 차례 A씨를 주먹이나 발로 폭행한 것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A씨가 고통을 호소하고 유씨를 엄벌해달라고 탄원하고 있다"며 "다만 유씨가 재판에서 범행을 자백한 점, A씨를 위해 1억원을 공탁한 점을 정상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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