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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즉시연금 미지급금 4,300억 중 370억원만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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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즉시연금 미지급금 4,300억 중 370억원만 지급

입력
2018.07.26 19:00
수정
2018.07.27 09:0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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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급금 오해 소지 인정” 불구

최저보증 예시금액만 지급기로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가입자들에게 논란이 된 미지급금 중 ‘최저보증이율(연 2.5%) 시 예시금액’과의 차액만 주기로 했다. 이 경우 지급액은 당초 4,3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37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또 금융감독원이 권고한 일괄구제에 대해선 우선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삼성생명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구제 방안에 대해 “법적 쟁점이 크고 지급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며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의결했다. 이는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 강모씨가 제기한 민원에 대해 금감원 산하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약관에 제대로 명시하지 않은 채 월 연금액에서 사업비를 공제한 것은 부당하다”고 결정한 뒤 지난 3월 이를 전체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적용할 것을 권고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것이다. 약관 해석에 대한 이견이 존재해 삼성생명 측은 법률자문도 받아봤지만 미지급금을 지급할 근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사회에서 이사들이 법적 근거 없이 일괄구제를 결정할 경우 향후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입장에선 법적 수용 범위를 넘어선 금감원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다만 이날 이사회는 법원 판단과는 별개로 소비자 보호차원에서 즉시연금 가입고객에게 가입설계서상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한 연금액보다 적게 지급된 부분에 대해선 곧 바로 지급하기로 했다. 즉시연금 가입 시 계약자는 금리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월 연금 수령액을 명시한 ‘가입설계서’를 약관과 함께 받는다. 설계서에는 예시된 금리 별로 받을 수 있는 최소 연금액이 적혀 있다. 그런데 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월 연금액에서 사업비 명목으로 일정액을 제하다 보니 설계서에 쓰인 금액보다 적은 돈을 받는 사례가 많았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최저보증 예시금액은 말 그대로 ‘예시’일 뿐이지만 상당수 민원이 이 때문에 불거진 만큼 오해의 소지를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상 가입자는 5만5,000명이다. 삼성생명이 고객에게 지급할 금액이 얼마인 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실제 지급액이 최저보증이율을 곱한 예시액보다 적은 경우 차액만 메워주겠다는 의미여서 370억원 안팎에 그칠 것이란 게 당국과 업계 추산이다. 이사회는 향후 비슷한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약관을 개정ㆍ작성하고 민원처리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이날 이사회의 결정으로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구제를 둘러싼 금감원과 삼성생명의 갈등은 법정으로 옮겨가게 됐다. 전날 윤석헌 금감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보험사가 분조위 결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소송을 할 수 있다”며 “이를 빌미로 검사 등 불이익을 가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의 결정은 다른 생보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생명 다음으로 즉시연금 판매 규모가 큰 한화생명 관계자는 “약관 내용이 달라 삼성생명과 동일한 사안은 아니다”며 “법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금감원과 삼성생명이 상호 실익을 챙겼다는 평가도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식 처리 문제 등 다른 현안도 많은 삼성생명이 금감원에 일종의 성의 표시는 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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