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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핫&쿨] 남반구 ‘형제국’ 호주-뉴질랜드, 국기 디자인 신경전

입력
2018.07.26 18:00
수정
2018.07.26 23:2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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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국기(왼쪽)와 호주 국기
뉴질랜드 국기(왼쪽)와 호주 국기

호주의 뉴질랜드 국적자 추방 등으로 남반구의 오랜 형제국 호주와 뉴질랜드 관계에 금이 간 가운데 뉴질랜드 정부가 호주가 자국 국기를 베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의 출산 휴가로 총리직을 대행하고 있는 윈스턴 피터스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이 24일 뉴질랜드 방송 TVNZ에 출연해 “호주는 뉴질랜드 국기 디자인을 베꼈다“며 “그들(호주)은 국기 디자인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호주와 뉴질랜드 국기는 모두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과 남반구에서만 볼 수 있는 남십자성 별자리 모양이 담겨 있어 매우 유사하다. 호주 국기의 별은 흰색이지만 뉴질랜드 국기의 별은 붉은색인 점과 뉴질랜드는 5각별이 4개, 호주는 7각별이 6개라는 점이 차이점이다. 이 때문에 국제행사에서 주최측이 양국 국기를 착각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는 뉴질랜드와 호주의 국기가 뒤바뀌어 게양됐고 지난해 11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로 호주에 메시지를 보내면서 뉴질랜드 국기를 호주 국기로 착각해 사용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뉴질랜드는 2016년 3월 당시 존 키 총리 등의 문제 제기로 국기 변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유니언잭 문양이 식민지 시대를 상기시키는 데다 호주 국기와 너무 비슷하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10개월여의 기간, 1,700만달러의 비용을 들인 투표에서 57%대 43%로 기존 국기를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국기 변경 아이디어에 반대 입장을 취했던 피터스 총리 대행은 “호주는 뉴질랜드가 먼저 국기 디자인 택했다는 걸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질랜드는 1902년부터 이 국기를 사용한 반면 호주는 1954년 지금의 국기를 공식 채택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호주는 1901년 9월 3일 멜버른에서 이 국기를 처음 사용했다며 1996년부터 이 날을 ‘국기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WP는 국기를 둘러싼 양국 간 해묵은 공방이 재점화한 배경을 두 나라의 최근 관계 변화에서 찾았다. 호주는 2014년 이민법을 개정해 이주민 추방을 확대하면서 지난 2년 간 뉴질랜드인 1,300명의 입국 비자를 취소하고 추방 조치했다. WP는 피터스 총리 대행이 “이주민이 그 나라 법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최소한 문제 발생 시 재판이라도 받을 수 있게 해 줘야 하는 게 아니냐”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고 전한 호주 ABC 방송과의 인터뷰를 덧붙였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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