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총회 유치 거부 결정했는데
靑 의견수렴 재요청에 찬반격화
“강정마을이 해군의 국제관함식 유치 과정에서 찬반 갈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 11년 전 해군기지 유치 과정과 똑같다.”
강동균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장은 26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의로운 나라를 주창한 문재인 정부가 이미 관함식 개최 반대를 결정한 주민들의 결정을 무시한 채 주민들을 회유하면서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국제관함식 제주개최를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심각한 갈등을 겪어온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이 해군의 국제관함식 개최 문제로 또다시 찬반으로 나눠졌다. 국제관함식은 대통령이 군함 전투태세와 군기를 사열하는 해상 사열식으로,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국내 함정 70여척, 외국 함정 30여척 등이 참가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앞서 해군은 지난 3월 23일 강정주민들을 상대로 관함식 설명회를 개최하고 유치 여부를 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강정마을회는 같은 달 30일 마을총회를 열어 관함식 유치 거부를 결정하고 해군에 통보했다.
하지만 지난달 해군이 관함식 개최 장소로 제주를 염두에 두고 행사 대행업체를 공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고, 지난 18일에는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강정마을을 직접 방문해 관함식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을 재요청했다. 이 때문에 강정마을회는 지난 22일 청와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관함식 개최를 찬성하는 주민들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대통령이 해군기지 갈등 문제에 대해 주민들에게 유감을 표명하고, 그동안 예산을 집행하지 못했던 마을공동체 발전사업을 추진해 갈등을 끝내고 화합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 주민들은 해군기지 갈등에 대한 해군의 공식 사과가 우선해야 하며, 이미 마을총회에서 유치 반대 결정을 했기 때문에 추가 논의는 불필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26일 마을총회를 열고 오는 28일 주민투표를 실시해 관함식 유치 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했다.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5일 주민투표 결과를 수용해 관함식 제주 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는 이날 마을총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주민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관함식 개최를 반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관함식 개최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논의 과정에서 이미 찬반 주민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로써 11년 전과 같은 주민간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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