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충남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린 ‘제10회 전국어린이씨름왕선발대회’ 등록부 통합전 결승전. 경북 호서남초 6학년 안종욱(12)군은 자신보다 몸무게가 70㎏나 덜 나가는 같은 학교 선수 이상윤(12)군을 허공 위로 들었다 놨다 했다. 안군의 키는 173㎝, 몸무게는 110㎏. 이군은 147㎝에 43㎏이었다. 경기 결과는 안군의 2대0 승리. 일방적인 경기였지만 안군은 모랫바닥에 쓰러진 이군에 선뜻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워주고, 직접 모래까지 털어주는 ‘스포츠 정신’을 보여줬다.
두 어린이 씨름왕이 보여준 ‘페어플레이’가 온라인에서 화제다. 안군의 매너와 이군의 열정에 칭찬이 쏟아지고 했다. 안군의 몸무게는 이군의 3배에 육박했지만, 이날 대회가 체급을 따지지 않는 ‘통합전’이라 경기가 성사됐다. ‘어린이씨름왕선발대회’는 체급전(다람쥐, 사슴, 반달곰)과 통합전이 따로 진행된다.
결승은 3판 2선승제로 치러졌다. 첫 판에서 안군은 심판 호각 소리와 함께 이군을 번쩍 들어올렸다. 이군은 안군의 품에 안겨 옴짝달싹 못 했다. 안군은 이군을 그대로 모랫바닥에 내려놓으며 첫판을 손쉽게 승리했다. 두번째 판은 더 싱거웠다. 이군이 안다리 걸기 등 기술을 시도했지만, 안군은 바위처럼 꿈쩍하지 않았고, 안군은 첫 판처럼 이군을 냅다 올린 뒤 모랫바닥에 주저앉혔다.
그러나 승패보다 빛난 건 두 선수의 우정이었다. 안군은 압도적 승리에 환호하는 대신 쓰러진 이군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웠다. 직접 손으로 모래를 털어주기도 했다. 안군의 페어플레이에 경기장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이군도 환한 얼굴로 안군과 악수하며 승리를 축하했다. 안군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이겨서 기분이 좋다”며 쑥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네티즌들은 입을 모아 두 어린이 씨름왕을 칭찬했다. 한 네티즌은 26일 중계 영상 아래 “둘의 우정을 볼 수 있었다. 서로 바라 보면서 웃는 모습이 귀엽다”는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은 “영상을 보는데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며 압도적 체급 차이에도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은 이군을 응원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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