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보다 고비에서 강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2ㆍ랭킹23위)은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에서 그 누구보다 강한 멘털을 자랑하고 있는 선수다. 26일(한국시간) ATP투어가 집계한 ‘위기 관리 지수(Under Pressure)’에 따르면 정현은 247.6점으로 1위에 위치해있다. 2016년 도입된 이 지수는 상대방 서브 상황에서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살릴 확률, 자신의 브레이크 포인트 위기에서 탈출하는 확률, 타이브레이크 승률, 마지막 세트 승률을 점수로 환산한 수치다.
정현은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 가운데 43.6%를 살렸고 반대로 자신의 브레이크 포인트 위기에서는 65.2%를 지켜냈다. 승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중요한 순간 집중력도 빛났다. 타이브레이크에서는 69.6% 승률을 기록했고 마지막 세트 승률 또한 69.2%에 달했다. 테니스의 황제 로저 페더러(37ㆍ2위ㆍ스위스)는 정현보다 2.1점 낮은 5위에 불과했고 라파엘 나달(32ㆍ1위ㆍ스페인)은 238.7점으로 7위다.
지난 12월 정현의 스태프에 합류한 네빌 고드윈 코치는 이날 ATP투어닷컴과 인터뷰에서 “정현은 중요한 순간 결과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라면서 “그것이 이번 수치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장면이 크게 주목 받았다. ATP투어닷컴은 “정현은 지난 1월 호주오픈에서 4강에 들며 떠올랐지만 그 훨씬 이전부터 위기관리 잠재력을 보였는데 그 무대가 바로 2014년 한국에서 열렸던 아시안 게임”이라고 소개했다.
당시 열여덟 살 고등학생이었던 정현은 임용규와 함께 짝을 이뤄 복식에 출전했는데 준결승에서 인도의 유키 밤브리-디비 샤란 조를 상대로 매치포인트 위기를 4번이나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고 승리, 결국 한국에게 28년 만에 금메달을 안겼다. 벼랑 끝에 몰릴 때마다 터져 나온 정현의 절묘한 샷이 주효했다. ATP투어닷컴은 “당시 홈 팬들의 응원 열기는 매 스트로크 마다 함성이 터져나올 만큼 뜨거웠다”며 “만약 졌다면 다른 한국 남성과 마찬가지로 2년 간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했지만,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승리를 따냈다”고 소개했다.
정현은 이날 10주 만에 치른 복귀전에서 승리하며 가벼운 몸놀림을 자랑했다. 그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ATP투어 BB&T 애틀랜타 오픈 단식 2회전에서 테일러 프리츠(21ㆍ65위ㆍ미국)를 2-0(6-4 7-6)으로 제압하고 8강에 진출했다. 지난 5월 초 마드리드오픈 1회전 탈락 이후 발목 부상 때문에 코트를 떠났던 정현은 프랑스오픈, 윔블던을 거르며 재활에 매진한 뒤 이날 복귀해 승리했다. 이로써 그는 이번 시즌 출전한 10개 대회 가운데 8개 대회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게 됐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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