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77)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받는 것을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 특활비 제공을 뇌물죄로 볼 수 없다는 판단에 이어, 이명박 정부의 특활비 역시나 뇌물죄가 유죄로 인정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는 2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기획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국고손실 혐의에 대해선 공소시효(7년)가 지났다며 면소(실체적 소송조건의 결여를 이유로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장으로부터 이 전 대통령 측에 전달된 돈에 대해 “국정원장들은 이 전 대통령 개인 차원이 아니라 청와대의 통상적 예산지원 요청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뇌물로 보지 않았다. 또한 “국정원장 거취와 관련된 내용인지 등의 여부는 불분명하며 국정원과 대통령 간에 불공정하게 돈이 전달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고손실 등 방조 혐의에 대해서는 “김 전 기획관은 단순 횡령 방조죄에 해당되는데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공소시효는 10년이지만, 형법상 횡령죄 공소시효는 7년이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2008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김성호ㆍ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준비한 4억원의 특수활동비를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도 법원은 ▦박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준 혐의를 받는 남재준ㆍ이병기ㆍ이병호 전 국정원장) ▦이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 안봉근ㆍ이재만ㆍ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의 재판에서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고 국고손실죄만 인정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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