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4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햄버거가게 화장실에서 대학생이 흉기에 찔려 숨진 ‘이태원 살인’ 사건 관련, 부실수사에 책임이 있는 국가가 피해자 유족에 3억6,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부장 오상용)는 피해자 조중필씨 유족이 부실수사의 책임을 물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유족에게 총 3억6,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이 겪었을 정신적ㆍ육체적ㆍ물질적 피해, 현재의 국민 소득 수준, 통화가치 등을 고려했다”고 위자료 산정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조씨가 살해됐을 때, 수사기관은 범행 현장에 있던 에드워드 리와 아서 존 패터슨 가운데 리를 범인으로 지목해 기소했지만 99년 리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이 사이 패터슨은 미국으로 출국했고, 검찰은 2011년에서야 재수사 끝에 패터슨을 진범으로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2015년 9월 한국에 송환된 패터슨은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 형이 확정됐다.
20여년만에야 겨우 진범에게 단죄를 내리게 된 것인데, 이에 조씨 유족은 “수사 당국의 부실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 발견이 늦어졌다”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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