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하반기 물가가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오름폭을 키우며 2% 상승 목표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보다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26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한은이 통화정책 현황과 향후 방향을 담아 연 4회 펴내는 보고서로, 올 들어 세 번째 작성됐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 결정에 고려할 사항으로 ▦인플레이션 변동요인 ▦재정정책 ▦신흥국 금융불안을 꼽았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이후 저물가 기조가 지속돼온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 주요 교역국의 물가상승률이 낮았던 점, 주요 통화 대비 원화 환율이 하락(원화 강세) 추세를 보인 점, 공공물가 오름폭이 작았던 점, 경기 성장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된 점을 꼽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상황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은은 판단했다. 글로벌 물가는 경기 회복, 유가 인상, 임금 상승 등에 따라 완만한 상승세를 타고 있고, 원·달러 환율도 미국 금리인상 가속화와 미중 무역분쟁 확대 영향으로 대폭 상승(원화 약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물가도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 성장세 지속에 따른 수요압력에 따라 서비스물가를 중심으로 오름세가 확대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보고서는 “올해 하반기 이후에는 물가오름세가 확대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전년 대비 2%)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재정지출과 관련해 보고서는 지난해 4분기 이후 재정 지출이 크게 늘면서 재정활동이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기여하는 효과가 플러스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재정지출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재정활동의 성장제고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신흥국 금융불안이 우리나라 금융 및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한은의 기존 입장을 재강조했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 확산으로 우리 경제와 연계성이 높은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대될 경우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 상승 및 성장세 지속 가능성을 강조한 이번 보고서를 두고 시장에선 한은이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째 동결 중인 기준금리(현행 연 1.50%)를 연내 인상할 방침을 보다 확실히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돼온 고승범 금융통화위원이 지난 18일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여전히 소득 증가를 넘어서고 있으며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이 금융안정에 보다 신경써야 한다”며 매파(긴축 선호)적 입장을 밝힌 것도 한은의 금리인상 시그널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한은이 연내 세 차례(8월, 10월, 11월) 남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통해 한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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