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대형마트 홈플러스 월드컵점에 근무하는 윤수미(45)씨는 입사 14년 만에 처음으로 정규직 월급을 받았다. 월급 명세서에는 무기계약직 시절의 ‘담당’ 대신 정규직으로 입사한 직원들에게 부여되는 ‘선임’이라는 직급이 적혀 있었다. 윤씨는 현장직무교육을 마친 뒤 26일 본격적으로 정규직 업무를 시작했다.
윤씨는 2004년 당시 외국계 업체였던 까르푸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이후 회사가 이랜드그룹의 홈에버로 인수된 뒤 대량해고 사태 당시 해고를 당했다가 510일간의 투쟁 끝에 홈플러스가 홈에버를 인수하면서 복직했다. 윤씨와 동료들이 겪었던 고난은 영화 ‘카트’와 웹툰 ‘송곳’으로 극화돼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홈플러스스토어즈는 만 12년 이상 장기근속 무기계약직 사원 43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 완료했다고 26일 밝혔다. 회사가 지난 2월 노동조합과의 임금협약 당시 합의했던 정규직 전환 약속을 실천한 것이다. 노사는 당시 만 12년 이상 장기근속(2005년 12월 31일 이전 입사자) 무기계약직 직원 중 희망자에 대해 회사 인사규정에 따라 올해 7월부터 정규직 전환을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긴 ‘2018년 임금협약 및 부속합의’에 최종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스토어즈는 만 12년 이상 근속 무기계약직 직원 500여명 중 희망자 430여명을 지난 7월1일자로 정규직 직급인 ‘선임’으로 발탁했다. 정규직 전환 비율은 전체 대상자 중 80%에 달한다. 일부 직원들은 근무 부서 및 지역 변동 가능성 등을 고려해 정규직 전환을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규직 인사는 이달 1일자로 이뤄졌으며 이달 급여부터 정규직 처우에 맞는 월급을 수령 받았다. 이번에 정규직으로 발탁된 직원들은 기존 정규직 직급인 선임 직급과 직책을 부여 받았는데 급여와 복리후생는 기존 선임과 동일하다. 이들은 선임 직급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현장직무교육을 받은 뒤 26일부터 정식으로 정규직 업무를 시작했다.
홈플러스는 그동안 무기계약직을 대상으로 ‘우수 담당 선임 선발’이라는 공모절차를 수시로 진행해 매년 100명 안팎의 무기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발탁해왔지만, 법인 소속 전체 직원 수의 10%가 넘는 대규모 정규직 전환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일순 홈플러스스토어즈 사장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발을 맞추기 위해 대형마트 업계 최초로 대규모 정규직 전환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지난 1월 임단협 당시 별도의 정규직 전환 합의가 없었던 홈플러스㈜ 소속의 무기계약직 직원들에게도 12년 이상 근속 직원의 정규직 발탁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현재 홈플러스노동조합과 발탁 과정 및 절차에 대해 논의 중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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