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력발전댐 보조댐 붕괴 사고
라오스 정부 ‘재난구호지역’ 지정
베트남 등 주변국 지원 요청 검토
"현재 시신 19구 수습, 49명 실종"
“20일 댐 중앙에 11cm 침하 발생”
“22일 유실 확인해 주민 대피 요청”
서부발전-SK건설 상반된 주장
SK그룹, 긴급구호단 현지 파견
SK건설이 라오스 아타푸주에서 건설 중이던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 보조댐 ‘붕괴사고’로 숨진 희생자 19명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현지 언론매체가 25일 보도했다. 전날 비상사태를 선포한 라오스 정부는 수몰지역 일대를 ‘재난구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실종자 수색 및 이재민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지 일간 비엔티안타임스는 이날 사고 발생 지역의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까지 시신 19구를 수습했고, 49명이 실종됐으며 지붕이나 나무 위에서 3,000명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날까지 구조된 인원은 2,851명이라고 덧붙였다. CNN은 라오스에 있는 유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댐 붕괴 사고로 피해를 입은 주민이 1만 1,777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피해 지역이 산재해 있고 현장 접근이 어려워 정확한 사망ㆍ실종자 규모는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다.
베트남 정부는 라오스에 구조ㆍ구호 지원 의사를 밝히는 등 주변국들은 속속 지원작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사고 현장 인근에는 공사 프로젝트와 관련해 많은 베트남 기술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댐 건설사와 운영사가 사고 원인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건설사는 집중호우로 강이 범람했으며 댐 유실로 이어졌다는 주장을, 운영사는 댐 붕괴가 큰 피해를 가져왔다는 주장이다. 시공사인 SK건설은 이날 “22일 밤 9시쯤 보조 댐 상부의 일부 유실을 확인해 당국에 신고했고 댐 하부 마을 주민을 상대로 한 대피 조치를 (당국에) 시행해달라고 했다. 다음날(23일)에도 ‘범람’ 위험도 있으니 주민 대피를 더 시켜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고 원인이 저수용량을 초과할 정도의 강우 유입으로 인한 댐 유실 및 하천 범람인 만큼 천재(天災)라는 주장이다. 반면 수위 조절 등 발전소 운영을 맡고 있는 서부발전은 이날 국회 제출한 ‘라오스 세남노이 보조댐 붕괴 경과 보고문건’을 통해 “지난 20일 댐 중앙에 약 11㎝의 침하가 발생했다”며 “22일에는 댐 상단부 10개소에 균열 침하가 발생해 복구 장비를 수배했다”고 밝혔다. SK건설 측 설명과 달리 댐 자체에 문제가 있었고, 사고(23일) 사흘 전 이미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BBC, AFP 통신 등 대다수 외신은 이번 사고를‘붕괴(collapse)사고’로 명명하고 있다. 댐이 무너진 방향과 인명피해의 연관성도 주목되고 있다. SK건설은 댐 수문과 연결된 물길은 오른쪽이고 피해 마을은 왼쪽이라는 점을 들어 댐에서 나간 물이 해당 마을을 직접 덮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장 조사 이후 책임 소재가 가려질 때까지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진상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한국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진행되던 프로젝트인 만큼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 건설사의 위상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 국내 건설사 관계자는 “앞으로 해외에서 유사 사업 수주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SK그룹은 이날 조대식 수펙스추구 협의회 의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사태수습을 위해 최광철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긴급구호단을 현지로 보내 사태수습에 나서기로 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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