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감사관, 재판 개입 관련 의혹
비위 조사 대신 은폐 대응책 마련
검찰, 직무유기 여부 본격 조사
대법 특조단 문건 파악하고도
고발 등 조치 안 해 논란 키워
검찰이 ‘부산 스폰서 판사 법조비리’ 은폐 의혹을 두고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의 직무유기 여부를 본격 조사하고 있다.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윤리감사관실의 무마 정황 관련 문건 파일을 파악하고도 고발 등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양 전 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김모(50) 당시 윤리감사관은 2016년 9월 28일 ‘윤리감사관’ 명의로 문모(49) 당시 부산고법 판사(현 변호사)의 건설업자 정모(54)씨 재판 개입 의혹 관련 문건을 쓰면서 윤리감사관 직무인 비위 조사 착수 대신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한 은폐 대응책만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감사관은 문건에서 ‘문 판사 의혹은 정식 조사 시 법원 감사위원회의 필요적 감사대상이 돼 외부 유출은 불가피하다’고 적었다. 김 전 감사관이 해당 사건을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필요적 감사대상’은 법관의 직무 관련 금품ㆍ향응 수수 같은 건으로 윤리감사관실 조사 내용을 법원 감사위원회가 반드시 심의해야 하는 사건”이라며 “문 판사 사건이 그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법원 감사위는 외부위원으로 주로 구성되기에 윤리감사관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면 현직 법관 비리가 세간에 알려질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전 감사관은 공식 조사를 하지 않았다. 법원 비위 감사 직무를 유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 전 감사관은 징계 등을 전혀 받지 않고 올해 2월 초 돌연 사표를 내고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들어갔다. 한국일보는 김 전 감사관 해명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부산 법조비리 사건은 문 판사가 법관 재임 중 정씨로부터 다수의 골프 접대 등을 받았지만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징계 등 조치 없이 구두 경고만으로 덮은 사건이다. 2015년 9월 대검찰청의 비위 통보를 받고도 뭉갠 의혹이다.
더 심각한 대목은 문건에서 행정처의 ‘재판 개입’ 정황이 드러난 점이다. 문건에 ‘검찰 불만 무마를 위해 2심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는 듯 보일 필요가 있다’며 ‘공판을 1, 2회 더 해야 한다’는 취지로 적혀있다. 정씨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뇌물 5,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받고 문 판사가 몸담던 부산고법에서 2심 재판을 받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재판은 문건대로 진행됐다. 고영한 당시 행정처장(현 대법관)이 윤모 당시 부산고법원장에게 구두 전달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말씀 자료’도 드러나 고 대법관의 실제 관여 여부도 검찰이 살피고 있다.
다른 논란 대목은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사법행정권 남용 조사 과정에서 해당 문건을 파악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이다. 조사단 관계자는 “판사 개인 비리에 관한 거라 조사 대상 의제는 아니어서 그 건으로 김 전 감사관을 따로 조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234조 2항)은 ‘공무원은 직무를 행하면서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해야 한다’고 고발 의무를 지우고 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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