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이 시공 중인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의 보조댐 1곳에서 23일 발생한 범람ㆍ유실 사고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당시 시간당 450㎜ 이상의 집중호우로 보조댐이 범람하고 댐 상단이 유실돼 올림픽경기용 수영장 200만 개를 채울 수 있는 50억㎥의 ‘물폭탄’이 하류를 덮쳤다. 이로 인해 하류 6개 마을이 침수돼 1,300가구, 6,600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수백 명의 사망ㆍ실종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피해 규모 확대와 함께 SK건설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는 점이다. 라오스 측에서는 보조댐이 구조적 결함으로 ‘붕괴(Collapse)’했다는 시각이 부각되고 있다. 반면 SK건설은 기록적 폭우로 보조댐이 범람하면서 토사와 자갈을 채워 만든 댐 상부가 유실돼 대량 방류가 발생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지 언론 보도대로 보조댐에 균열이 생겼거나, 구조적 원인에 의한 붕괴로 사고가 빚어졌다면 사고책임은 물론, 한국 건설기술에 대한 신인도가 훼손될 여지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은 2개의 본댐과 5개의 보조댐으로 구성됐다. 총 발전용량은 410㎿로 국내 최대인 충주댐과 맞먹는 규모다. 2012년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 태국 RATCH, 라오스 LHSE 등 4개 기업 컨소시엄으로 사업을 진행해왔다. 내년 2월 상업운전 예정으로 현재 92.5%의 공정이 진행된 상태다. 우리 기업이 라오스ㆍ태국 지역에서 최초로 성공시킨 프로젝트파이낸싱(FT) 사업으로 주목 받았고, 우리 건설업이 성장잠재력이 큰 동남아에 본격 진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현대건설의 중동 진출 이래 우리 건설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평가 급락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지난 반 세기 동안 피와 땀을 흘리며 쌓아놓은 우리 건설기술에 대한 글로벌 신인도가 이번 사고로 훼손돼선 안 된다. SK건설은 섣부른 책임 공방은 자제하고 추가 피해 방지와 인명구조 등에서 라오스 정부에 최대한 협력해야 한다. 정부도 이번 사고가 국가 신인도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사고원인 조사 등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체계적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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