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해체작업 환영한다” 불구
폼페이오 “우리측 감독관 있어야”
北의 종전선언 압박에 검증 응수
핵시설 신고 등 놓고 대립 가능성
내일 미군 유해송환 인도 불확실
CNN “北이 최종 승인 주지 않아”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폐쇄 작업에 착수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교착 국면인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 마련됐지만 북미가 주도권 잡기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발사장 폐쇄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에 대한 검증을 위해 외부 전문가 참관을 거듭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향후 비핵화 조치 과정마다 북한의 마이웨이식 행보와 미국의 검증 요구간 충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가진 해외참전용사회(VFW) 전국대회 연설에서 “새로운 위성사진 이미지는 북한이 핵심 미사일 시험장 해체 절차를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우리는 그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전날 위성 사진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 보고서에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고 전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은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폐쇄를 약속한 곳으로 위성 발사대와 미사일 엔진 시험장 등이 갖춰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김 위원장과 환상적인 만남을 가졌다”며 “매우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적 언급과 달리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 대학에서 열린 미ㆍ호주 외교 국방장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미사일 엔진 시험장에 대한 보도를 봤다”며 “이것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과 전적으로 부합한다. 그는 구두로 그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약속에 따라 엔진 시험장이 해체될 때 그 현장에 감독관을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미국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쇄 시 미국측 전문가의 참관을 요구해왔던 것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도 ‘현장에 감독관이 없는 상태에서 해체 작업이 진행되면 성공의 신호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분명히 검증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며 “적법한 나라와 적법한 그룹들에 의한 검증이 미국 정부가 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동창리 시험장 폐쇄 조치 등에 착수하며 미국에 종전선언을 압박하는 데 대해 미국이 검증으로 응수한 것이다. 이는 북미가 앞으로도 핵시설 신고와 검증을 둘러싸고 대립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셈이다. 북한은 비핵화 조치를 취하더라도 미국의 통제 밖에서 성의에 기반하는 모습을 취해 협상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를 뚜렷이 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당시에도 외부 전문가 참가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언론인들만 참관시켰다.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선 검증이 필수여서 북한의 마이웨이식 행보를 두고 비핵화 진정성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6ㆍ12 북미 정상회담의 또 다른 합의 사안인 미군 유해 송환 문제도 신경전이 거듭되고 있다. 북한이 6ㆍ25 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 유해 55구를 27일에 인도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도 북한이 최종 확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이날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국방부 관료들이 미군 유해 발굴 및 송환을 지원하기 위해 수일 안에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북한이 아직 한국과 미국에 최종 승인을 주지 않아 27일에 실제 송환이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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