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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바꿔라”에 “조직 지키자”… 개혁 둘러싼 힘겨루기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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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바꿔라”에 “조직 지키자”… 개혁 둘러싼 힘겨루기 양상

입력
2018.07.25 18:38
수정
2018.07.26 08:58
3면
0 0

#1

기무사 ‘항명 수준’ 반발 왜?

계엄 문건 보고 ‘나름 적폐청산’

宋장관 오락가락 태도에 역풍

문건이 기무사 개혁 부메랑 의심

#2

기무사 대량 감축ㆍ보고 제한 등

고강도 개혁안 준비 ‘갈등의 골’

문건 혼란 자초 파워게임 부추겨

기무사 문건 “宋, 위수령 관련 발언”

국방부 “사실 아니다” 다시 반박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이석구 국군기무사령부 기무사령관(뒷줄)의 의원들의 질의 답변을 듣고 있다. 배우한 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이석구 국군기무사령부 기무사령관(뒷줄)의 의원들의 질의 답변을 듣고 있다. 배우한 기자

24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터진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현직 기무부대장 간 초유의 진실공방 사건은 그간 기무사 개혁을 둔 양측 간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으로 기록될 듯 하다. 특히 개혁 대상인 기무사가 개혁 주체이자 상급자인 송 장관에게 항명에 가까울 정도로 정면으로 맞선 모양새가 국회라는 공개석상에서 연출된 것은 기무사가 작정하지 않으면 벌어지기 어려운 일이라는 게 중론이다. 기무사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해 온 송 장관과 조직 보호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기무사 간 힘 대결이 본격화한 형국이다.

송영무 발언 여부 놓고 진실 공방

기무사 개혁을 둘러싼 국방부와 기무사 간 파워게임 양상을 잘 알고 있는 군의 한 소식통은 25일 “국회에서 기무부대장이 송 장관을 면전에서 몰아세운 것은 그간 계엄 문건을 둘러싼 송 장관의 태도가 오락가락해 왔던 데 불만을 품고 작정하고 폭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국방부를 담당하는 민병삼 100기무부대장(육군 대령)은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송 장관이 지난 9일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기무사의) 위수령 문건은 잘못된 게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하니 문제될 게 없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폭로했고, 이석구 기무사령관도 관련 발언이 담긴 문건을 공개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이에 맞서 송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다. 대장까지 지낸 국방부 장관이 거짓말을 하겠냐”고 되받았다.

일단은 송 장관이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다. 25일 공개된 당시 간담회 정리 문건에 전날 민 대령이 폭로한 송 장관의 발언이 그대로 담긴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방부 주요 회의에 참석해 핵심 발언을 기록하고 기무사에 보고하는 게 민 대령의 업무인 만큼 기록이 잘못됐을 가능성은 낮다. 다만 문건 자체가 속기록 형태가 아니어서 송 장관의 진의와 다르게 기록됐을 여지도 배제할 순 없다. 국방부는 이날 “기무사 문건에 나온 송 장관의 언급은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민 대령 본인이 장관 동향 보고서를 작성해 사실이 아닌 것을 첩보사항인 것처럼 보고하는 행태는 기무사 개혁 필요성을 더 느끼게 하는 증거가 될 뿐”이라고 일축했다.

자칫 유치해 보일 수 있는 이 진실공방이 중요해진 것은 계엄 문건에 대한 송 장관의 애당초 태도가 어땠는지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계엄 문건을 보고 받은 송 장관은 곧바로 문건을 공개할 경우 한반도 정세와 6ㆍ13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자신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4개월 동안 비공개했다는 입장이다. 이는 해당 문건이 갖는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송 장관이 발언했다는 민 대령 진술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며 ‘정무적 판단’에 따라 비공개 했다는 송 장관의 논리는 상당 부분 훼손될 수도 있다.

기무사, 송 장관 4개월 문건 뭉갠 의도 의심

기무사 수뇌부가 전면 공세를 펴는 배경의 근원에는 기무사 개혁의 폭과 속도를 둘러싼 양측의 의견 대립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기무사는 지난해 3월 계엄 검토 문건을 송 장관에게 보고함으로써 나름 전 정권 적폐청산 작업을 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정부와 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송 장관은 기무사 인원을 대량 감축하고, 대통령 보고 권한도 대폭 제한하는 등의 고강도 개혁안을 준비 중이었다.

기무사 측은 송 장관이 청와대 반대 등으로 기무사 개혁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개혁 동력을 살리기 위해 계엄 문건을 활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정무적 판단에 따라 넉 달간 비공개 해 온 계엄 문건이 지난 5일과 6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군인권센터를 통해 공개된 정황에는 송 장관의 이 같은 계략이 깔려 있었다는 시각이다.

물론 국방부는 이에 대해 근거 없는 소설이라고 일축한다. 고위 관계자는 “이철희 의원은 이전부터 자료를 요구하고 있었고, 지방선거 정국이 마무리돼 문건을 이 의원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무사 개혁이 본질인데, 불필요한 진실 공방으로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종합해 봤을 때 양측 간 갈등이 극단적으로 표면화된 것은 개혁의 칼 날 앞에 선 기무사의 최후 반발로 볼 수 있다. 다만 송 장관 역시 이 같은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송 장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매우 민감한 문건을 비공개 하고, 계엄 문건을 청와대에 공식 보고하기도 전에 여당 의원에게 문건 일부를 먼저 넘긴 것이 이번 논란의 단초가 됐기 때문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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