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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무기 국산화의 명암

입력
2018.07.2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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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8월, 자주국방이라는 슬로건으로 국방과학연구소가 설립된 이후 수많은 국산 무기가 개발됐다. 미국 무기를 분해해 역설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48년이 지난 지금은 소총과 자주포, 전차는 물론 미사일 잠수함 전투기까지 모든 분야의 무기체계를 국산화해 가고 있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세계를 통틀어 거의 대부분의 무기를 국산화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등에 불과하며 상당 부분의 무기를 국산화에 성공한 나라는 한국 영국 이탈리아 이스라엘 독일 일본 등이다. 이 반열에 우리나라가 있으니 얼마나 대단한가.

그러나 무기 국산화에도 명암이 있다. 지난 17일 포항에서 시험비행을 위해 이륙하던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이륙 직후 회전날개가 떨어져 나가며 추락해 타고 있던 장병 5명이 사망했다. 마린온은 육군 기동헬기인 ‘수리온’을 바다와 군함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날개를 접을 수 있게 하고, 염분에 부식되지 않는 방염처리를 하는 등 개량작업을 거쳐 만든 헬기다. 원형인 수리온은 1977년 개발된 프랑스제 ‘쿠거’헬기의 설계를 인수해 엔진을 바꾸고 항전장비를 디지털화하는 등 대폭적인 개량을 통해 국산화한 헬기다. 문제는 수리온이 불과 6년 만에 개발을 마쳤고, 개량형인 마린온은 1년6개월이라는 경이적인 시간 만에 개발 완료돼 군에 인도됐다는데 있다. 미국 해병대가 운용하는 UH-1Y헬기는 이전 모델이었던 UH-1N을 바탕으로 개량해 개발한 헬기인데 개발기간이 10년, 전투운용 적합 판정받는데 3년이 걸렸다. 이에 비하면 수리온과 마린온은 초스피드다.

국산무기 개발에 성공하거나 개발을 하기 위해 홍보하는 문구에 반드시 나오는 말이 있다. “국산화를 통한 예산절감 효과 얼마.” 무기 국산화를 시작하던 1970~80년대에는 이 말이 맞았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한국의 인건비는 미국에 비해 큰 경쟁력이 없다. 수천 대를 생산한 미국의 UH-60헬기와 동급인 수리온은 불과 200여대 생산한다. 비슷한 물가체계에서 수천 대 규모의 생산품보다 불과 수백 대 규모의 생산무기가 어떻게 더 쌀 수 있나. 하지만 싸게 만들어야 한다. 늘 그래왔기 때문에 그러지 않으면 마치 잘못하는 것 같다. 개발비를 싸게 하려면 결국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개발기간을 짧게 해야 하고, 재료비를 줄이기 위해 시험발사 등을 적게 해야 한다. 이런 것들은 무기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위해 하는데, 이 과정들이 축소되고 생략된 상황에서 군에 납품되니 현장에서 사고의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군사력이 강하며 가장 많은 전쟁을 하고 있는 미국산 무기보다 한국산 무기가 성능이 좋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난센스다. 가끔 미국이 전략변화에 의해 후속 개발을 포기한 분야의 무기는 한국산 무기 성능이 더 좋을 수 있다. 바로 K-9 자주포가 그런 경우다. 하지만 대부분의 무기는 미국제 성능이 월등하다. 또 정상적인 과정을 거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미국산 무기보다 소량생산의 국산 무기는 더 비싸다. 군과 방산업체의 이익을 위한 애국심 마케팅에 국민여론이 휘둘려서도 안 된다. 이런 것들을 솔직히 알려 주고 인정하면서 그럼에도 국산 무기를 갖자는 국민과 군의 요구가 있을 때 비로소 국산화에 나서야 한다.

맹목적인 국산화보다는 “왜 이 무기를 국산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있어야 한다. 국가전략 등 여러 필요에 의해 국산화가 정답이라 확신이 들면 수입 무기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것과 더 비싼 비용을 감수하고, 더 늦어지는 실전배치를 감안하며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명품무기가 탄생하여 안타까운 희생을 예방하고, 국민의 신뢰와 해외의 찬사를 받으며 우리 안보를 든든히 지켜 주는 강력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신인균 자주국방 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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