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게 좋은 감정 없어” 진술
경찰은 적용할 혐의 두고 고민
법률 검토 뒤 입건 여부 결정하기로
방글라데시 국적 불법 체류자가 여중생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가짜 글을 난민 수용 반대 단체 인터넷 카페에 올린 20대 남성에게 적용할 혐의를 두고 경찰이 고민에 빠졌다.
25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난민대책국민행동’ 인터넷 카페에 ‘인천 주안역 골목에서 방글라데시 국적 불법 체류자 2명이 여중생 2명을 성폭행하려는 걸 목격해 친구들과 함께 집단 폭행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여중생들을 집에 데려다 주고 여중생 부모들과 함께 다시 현장에 갔더니 경찰이 와 있었다’라며 ‘경찰서 가서 조사 쓰고 훈방 조치됐고 이후 방송에 제보했는데 연락이 없다’고 적었다.
이 글은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불체자 방글라 2명 여중생 2명 강간 미수’라는 제목으로 처벌을 촉구하는 글도 올라왔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이 글은 20대 후반 남성 A씨가 지어낸 내용이었다. A씨는 지난 23일 경찰에서 “특별한 동기는 없었다”면서도 “평소 외국인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조사를 받은 뒤 인터넷 카페에서 글을 삭제했다. 국민청원 글도 현재는 지워진 상태다.
경찰은 법률 검토를 거쳐 A씨 입건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적용할 혐의가 분명하지 않아 고민이 커지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에게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나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라며 “가짜 글에서 특정인을 거론하거나 경찰 업무를 방해하지 않아 명예훼손이나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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